쵸로마츠랑 싸웠다. 이유는 터무니 없다. 내가 쵸로마츠를 '내 아내~'라고 부르며 다른 애들 앞에서 스킨쉽을 해댔기 때문이다. "진짜 왜?!" 우리 사귀고 있잖? 다른 애들도 그걸 알고 있잖?? 그런데 왜 스킨쉽 못 하게 하는 건데!!! 아무리 찡찡거려봐도 들어주길 상대는 내 곁에 없다. 알면서도 분에 벅차 한참을 더 버둥거리다가 결국은 제 풀에 지쳐 바닥에 널부러졌다. 지친다. 몸도, 마음도. 엎드려 누워있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청명하기만 했다. 이렇게 좋은 날 나만 빼고 다 밖에 나가서 좋냐, 이것들아? 형아 외롭거든? 한숨을 푹 쉬고 느리게 일어나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창문을 열었다. 3월이라지만 아직 바람이 차다..
※선생님 오소마츠 X 학생 쵸로마츠 "선생님, 채점 다 했어요." 목구멍까지 솟구처오르는 욕지거리를 꾸역꾸역 삼켜내고 일부러 소리나게 시험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제서야 뒤집어 쓰고 있던 경마 신문을 치운 선생님은 날 보면 능청스레 웃으셨다. "오~ 역시 빠르네. 수고했어, 반장." "앞으론 이런 거 시키지 좀 마세요. 채점은 선생님이 하셔야죠." "미안, 미안~ 양이 꽤 많다보니 성적 확인날까지 못 할 것 같아서~" 그놈의 경마랑 빠칭코만 안 하면 충분히 다 하고 남을 텐데요?! 얄궂은 얼굴에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채점이 끝난 시험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내 신세, 어쩌다 이렇게까지 떨어진 거지. 한숨을 푹푹 내쉬어봐도 이미..
※급하게 쓴 거라 퀄리티 주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흔들린다. 시끄러운 소리도, 흔들림도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어올 리는 것은 벅찼다. 수마와 소란스러움을 저울질하며 꿈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 하던 나는 결국 큰 반동과 함께 몸이 튀어오르고 나서야 눈을 떴다. 뜨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불빛에 다시 눈을 감아버렸지만. "일어났어?" 익숙한 목소리. 그렇지만 이런 시간에 듣는 것은 낯선 오소마츠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인간이 나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아직도 졸려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팔로 내 눈을 가리며 물었다. "지금 몇 시야?" 졸음에 젖어 목소리가 푹 잠겨있었다. 술을 마신 탓에 목이 몹시 말라 침을 모아 겨우 삼켰다. 물 생각..
※아랍 왕자 오소마츠 X 세헤라자데 쵸로마츠 사막에서는 모든 것이 귀하다. 물도, 식량도, 그리고 왕가의 자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태양의 저주를 받은 땅에 힘겹게 나라를 세웠건만 왕가는 자신들의 대가 끊길까 늘 전전긍긍했다.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통치자가 없어지면 질서를 잃고 내란이 일어날까 늘 불안해했다. 모든 왕족과 백성이 바라고 바란 결과일까, 드디어 왕자가 태어났다. 사막에 단비가 내린 것과 같은 소식에 온 나라가 왕자의 탄생을 축복했다. 모든 이가 왕자를 떠받들고, 칭찬하며, 아꼈다. 그 엄청난 사랑 속에서 왕자는 하루하루 자라났다. 터무니 없는 망나니로."심~심~하~다~" 대낮부터 플로트 위에 누워 덜렁덜렁 다리만 흔들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가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 있는 이 백..
"아." 무심코 튀어나간 말이 비에 산산히 부서져간다. 침묵 속을 빗소리가 가득 메운다. 반듯하게 세운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을 끌며 쵸로마츠 옆에 섰다. 눈동자를 굴려 올려다본 옆 얼굴은 턱선이 날카롭게 이어져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비 오네." "그러네." 대화답지도 않은 짧은 대화가 끊기고 또 빗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운다. 나란히 서서 비 구경인가 싶을 찰나 쵸로마츠가 앞 머리를 쓸어올렸다. 골치가 아플 때면 가끔씩 나오는 악동 시절의 흔적. 단정히 빗어내렸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는 것을 나는 신기한듯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늘고 흰 손가락이 머리를 정돈하는 것까지도. 머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야 세모 모양으로 약간 벌어졌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치마츠, 너 우산 없지?" "..
포스타입 이사 완료 [오소쵸로]너와 나는 그렇고 그런 사이
※차원의 도서관 챕터 1 '하얀 마법사' 기반 연성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플레이 하지 않으신 분들은 보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해당 콘텐츠(하얀 마법사)의 대사 및 문장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꿈을 꾸었다. 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보았다. 드넓은 들판엔 푸르른 풀과 꽃으로 생명력이 넘치고, 그 위를 어째서인지 적개심이 없어진 몬스터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바람이 상쾌하다. 그 바람을 타고 색색의 풍선이 하늘을 향해 드높게 올라간다. 처음 보는 풍경에 두어 번 눈을 깜박였다. 사방에서 여러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소란스럽지 않고, 도란도란 즐거운 분위기다. 용병 사무소에서 스치며 봤던 용병들도 화기애애하게 떠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니 호쾌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
Stir 1 Stir 2 Stir 3 Stir 4 Stir 5 "대체 무슨 생각인가, 오소마츠." "으응? 뭐가?" 정말 무슨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카라마츠가 짧게 한숨을 흘렀다. 오랜 시간 그의 곁을 지켜왔지만 이렇게 태연하게 변덕을 부리는 것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표정을 고칠 생각도 안 한 채 가볍게 던지듯 물었다. "그 오카마를 데려온 것 말이다." "아아, 쵸로미쨩? 엄청 예쁘지~ 아, 그렇다고 넘볼 생각은 마라? 내가 눈독 들인 애니깐." "그러니까 나는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거다." "헉, 카라마츠 너 진짜 넘볼 생각이었어? 사랑하는 동생과 싸우게 되다니 형아 너무 슬픈데." 장난기 가득한 말 속엔 가시가 박혀있고, 반달처럼 ..
Stir 1 Stir 2 Stir 3 Stir 4 쵸로마츠는 넓디넓은 침대에 널브러진 동생들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쥬시마츠는 배를 드러내고서 색색 숨을 쉬고 있고, 이치마츠는 운 탓에 눈가가 새빨갰다. 이렇게 셋이 모인 게 얼마 만이더라. 쵸로마츠가 설핏 웃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눈앞이 깜깜하다. 단순히 불을 꺼서가 아니라 이제 뭘 해야 할 지를 모르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마피아에게 납치당한 후에 아는 마피아 아지트에 오다니 상황이 나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납치당했을 때는 그저 살아남겠다는 일심(一心)으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희망 같지도 않은 희망인 Pino 패밀리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모든 관심이 Pino 패밀리에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지고 건물이 흔들렸을 때는 저도 모..
Stir 1 Stir 2 Stir 3 "허억... 허억..." 쵸로미는 벽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턱선을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온몸에 낭자한 피까지 닦아낼 여력은 없었다. 자신의 피인지, 자신이 죽인 자의 피인지 구별할 수 없다. 총알에 스친 곳이나 얻어맞은 곳, 도망치느라 부딪힌 곳 하나하나가 비명을 질러댄다. 쵸로미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셀 수 조차 없는 적들을 죽였는데 그 수만큼의 적이 자꾸만 나타난다. '그야 그렇겠지. 여긴 녀석들의 아지트니까.' 쵸로미를 납치해 Pino 패밀리를 도발했으니 전력이 분산되어 있지도 않을 거다. 안 그래도 Pino때문에 상당한 멤버를 잃은 Ciliegio다. 이런 일을 벌였으니 그만큼 전력을 다하겠지. 그 말인즉슨 모든 패밀리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