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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오소마츠상

[오소쵸로]내 OO

라나애 2018. 3. 18. 00:18

쵸로마츠랑 싸웠다. 이유는 터무니 없다. 내가 쵸로마츠를 '내 아내~'라고 부르며 다른 애들 앞에서 스킨쉽을 해댔기 때문이다.


"진짜 왜?!"


우리 사귀고 있잖? 다른 애들도 그걸 알고 있잖?? 그런데 왜 스킨쉽 못 하게 하는 건데!!! 아무리 찡찡거려봐도 들어주길 상대는 내 곁에 없다. 알면서도 분에 벅차 한참을 더 버둥거리다가 결국은 제 풀에 지쳐 바닥에 널부러졌다. 지친다. 몸도, 마음도. 엎드려 누워있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청명하기만 했다. 이렇게 좋은 날 나만 빼고 다 밖에 나가서 좋냐, 이것들아? 형아 외롭거든? 한숨을 푹 쉬고 느리게 일어나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창문을 열었다. 3월이라지만 아직 바람이 차다. 으슬으슬 떨면서도 기어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쵸로마츠가 하도 냄새난다고 뭐라해서 담배를 피울 때만큼은 창문을 꼭 열어야했다.


"후우..."


연기를 뱉는 것인지 한숨을 쉬는 것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안된다. 아마도 쵸로마츠가 미리 갖다놨을 재떨이에 담배재를 대충 털고 또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 사귀기 시작한 지 몇 주나 지났건만 사귀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고백한 것도 나, 먼저 다가가는 것도 나, 스킨쉽하는 것도 나, 뭐든 다 나. 쵸로마츠쪽에서 먼저 다가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다가오기는 커녕 스킨쉽하지 말라고 버럭 화내고 나가버리는데 무슨. 결국은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불만들이 이번에 제대로 터져 대판 싸우고 말았다. 씩씩거리며 나가는 쵸로마츠를 생각하면 아차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게 나 네 애인이라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건지 의심까지 든다. 그래도 내가 고백했을 때 울면서 받아줬고,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애들한테 우리 사귄다는 이야기까지 했으니 싫어하는 건 아닐텐데...


"설마 쵸로마츠,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사귀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쵸로마츠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저기 쵸로마츠 인생은 동화책처럼 두 사람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와, 박수~로 끝나는 거 아니거든? 나는 좀 더 꽁냥꽁냥거리고 이렇고 저런 짓까지 하고 싶어서 일생일대의 고백을 한건데 알고는 있어? 모르겠지? 이 동정자식! 혼자 또 열받아서 꿍얼거리다가 담배를 짓이겨서 껐다. 붉은 불씨가 꺼져도 담배는 꽤나 오랫동안 회색 연기를 흘렸다.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또 한 개비를 물었다. 쵸로마츠가 줄담배는 특히 몸에 나쁘다고 하지 말랬는데 쵸로마츠때문에 줄담배 피우고 있다. 깊이 빨아들였다가 담배꽁초처럼 길게 연기를 뿜었다.


"나 원래 이렇게 생각 많은 사람 아닌데."


알고 있어? 쵸로마츠. 없는 거 알면서도 내뱉는 질문은 허무하기 짝이었다. 실소를 흘리곤 창가에 기대 눈을 감았다. 내내 불만을 혼자 토해내도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쵸로마츠에게 어떻게 사과해야할 지 생각하게 되버린다. 결론은 그거다. 더 좋아하는 쪽이 진다는 거.


몇 번이고 져줄테니 너도 몇 번이고 나에게로 와, 쵸로마츠.


"오소마츠형 혼자야?"


그리운 목소리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부루퉁해보이는 쵸로마츠는 또 지르는 걸로 기분을 풀었는지 양손에 굿즈가 한 가득이다. 나랑 싸우고서 레이카인지 렌카인지 그 여자 보러갔단 말이지? 울컥울컥 질투심이 치솟아오르지만 참을 인을 세 번 그리며 가까스로 참았다. 나는 담배 쥔 손으로 턱을 괸 채 일부러 능청스럽게 웃었다.


"내 아내, 벌써 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쵸로마츠의 대사를 속으로 읊조렸다. 쵸로마츠가 그렇게 말한다면 자연스럽게 '알겠어, 미안~'이라고 말하면 되겠지.


"내 남편이 궁상떨고 있을 것 같아서 일찍 왔다, 왜."


"에."


방금, 뭐, 어? 내 남편?


"앗, 뜨거!"


"뭐하는 거야! 바보야?!"


나도 모르게 툭 떨군 담배를 냉큼 주워서 끈 쵸로마츠가 황급히 내 발을 살핀다. 잠깐만, 쵸로마츠 그거 발이라고? 더럽다고?


"아니,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하? 담뱃불이 사람 맨살에 떨어졌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 뭔 소리야."


"쵸로마츠, 아까 그 말 한 번 더 해줘!"


"무슨 말. 뭐하는 거야, 바보야. 이거?"


"아니 그거 말고! 내 남편했던 거!"


제발! 한 번만 더 말해줘! 어깨를 붙잡고 간절히 말하니 쵸로마츠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그건 왜."


"너 그런 말 잘 안 해주잖아!"


"바보냐."


"아야!"


통쾌한 딱밤 소리에 이마를 서둘러 문질렀다. 하여간 누굴 닮았는지 손이 맵다. 한순간 쵸로마츠를 노렸봤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쵸로마츠가 양 뺨을 붉게 물들인 채 내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남들 앞에서 그런 거 하지 말라곤 했지만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했어."


바보야.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린 그 말은 어떤 말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응. 나 바보네."


쵸로마츠를 양팔 가득 껴안자 천천히 허리에 팔이 둘러진다. 특별한 말이 오가지는 않아도 너의 온기가 내 심장을 울리게 했다. 나 진짜 바보네. 네가 이런 녀석이란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쵸로마츠, 사랑해."


쵸로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뺨에 닿은 너의 귀가 조금은 더 뜨거워진 기분도 들었다.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바보다. 조금은 불만족스러워도 이것이 너의 방식이라면 내가 맞춰줄게. 사랑하니까. 나와 네가.



공백 미포함 1,994자


프완님 연성+썰보고 써본 짧은 글입니다! 원래부터 짧게 쓰려고는 했지만 2천자도 안 되다니......

짧지만 그래도 연성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여! 연성이 하도 뜨문뜨문이다보니 글이 점점 퇴화하는 것같은 기분이...

그래도 글 읽어주시는 분들껜 항상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그럼 다음에는 좀 더 길고 좀 더 제대로 된 글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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