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병 소재※이 노래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KK - True 노래 소리가 들렸다. 나직하고 어설픈 멜로디가 가을 바람을 타고서. 아무도 없는 학교에 울린 노래는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미성에 이끌려 마츠노 오소마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소리에 선명히 색이 입혀진다. 하얀 색 교실문을 앞에 두고 오소마츠는 멈추어섰다. 당장 문을 열어 누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노래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뒤섞였다. 가늘게 이어지던 노래가 끊어지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교실 문을 열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가장 먼저 그를 반겼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앞머리를 치우자 붉은 노을을 등지고 선 학생이 한 명 보였다. 반에서 항상 보던..
"어이, 오소마츠." "우으..." "야, 임마! 안 일어나냐, 쨔샤!" "뭐야, 치비타~ 손님한테." "손님은 얼어 죽을. 네 놈은 웬수야, 웬수! 취했으면 주정 떨지 말고 집에 가서 곱게 자라?" "진짜 너무하네..." 바닥에 잔잔하게 남은 맥주병을 끌어안고 엎드러졌다. 어묵 냄새를 듬뿍 머금은 열기와 칙칙한 한숨이 내 머리를 덮는다. 일부러 모른 척을 하며 맥주병을 더 세게 안았다.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다. 물기 어린 표면을 타고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힘없이 아래로 떨궈진 손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양쪽으로 텅 빈 자리를 보는 것이 싫어 고집스럽게 이마를 박고 일어나지 않았다. 헛웃음 비스름한 것이 들리더니 딱딱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 짜증 내며 고개를 드니 치비타..
이전편 [오소쵸로]수호천사 쵸로마츠가 죽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때에, 내가 모르는 인간에게. 뒤늦게 얘기를 듣고 달려가보니 쵸로마츠는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다. 내가 아는 쵸로마츠는 강하며 아름답고 피를 묻히는 걸 싫어했다. 그런데 내가 본 쵸로마츠는─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니, 비명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괴성이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내 안의 뭔가가 무너져내렸다. 결코 굽힌 적 없던 무릎을 꿇고 피웅덩이를 헤짚으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무리 네 이름을 외쳐도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일이 없었다. 「오소마츠형.」 그 한 마디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렇게도 나를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보스...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