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 온 단어 우산양자택일분홍색 매화 "아, 비 온다." 토도독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새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하고, 그 풍경을 담고 있던 창문엔 어느새 물방울로 여러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살짝 창문에 손을 대자 냉기가 손바닥 전체에 머물렀고, 창문에 내 손 모양대로 하얀 김이 서렸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회색빛으로 변한 세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엔 크레이터처럼 물웅덩이가 고이고, 안 그래도 칙칙했던 건물들이 더 어두워져 본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빗소리에 모든 소리가 가려져 내 주변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 언젠가 읽었던 종말 후의 세계에 ..
Stir 1 Stir 2 Stir 3 Stir 4 Stir 5 "대체 무슨 생각인가, 오소마츠." "으응? 뭐가?" 정말 무슨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카라마츠가 짧게 한숨을 흘렀다. 오랜 시간 그의 곁을 지켜왔지만 이렇게 태연하게 변덕을 부리는 것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표정을 고칠 생각도 안 한 채 가볍게 던지듯 물었다. "그 오카마를 데려온 것 말이다." "아아, 쵸로미쨩? 엄청 예쁘지~ 아, 그렇다고 넘볼 생각은 마라? 내가 눈독 들인 애니깐." "그러니까 나는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거다." "헉, 카라마츠 너 진짜 넘볼 생각이었어? 사랑하는 동생과 싸우게 되다니 형아 너무 슬픈데." 장난기 가득한 말 속엔 가시가 박혀있고, 반달처럼 ..
Stir 1 Stir 2 Stir 3 Stir 4 쵸로마츠는 넓디넓은 침대에 널브러진 동생들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쥬시마츠는 배를 드러내고서 색색 숨을 쉬고 있고, 이치마츠는 운 탓에 눈가가 새빨갰다. 이렇게 셋이 모인 게 얼마 만이더라. 쵸로마츠가 설핏 웃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눈앞이 깜깜하다. 단순히 불을 꺼서가 아니라 이제 뭘 해야 할 지를 모르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마피아에게 납치당한 후에 아는 마피아 아지트에 오다니 상황이 나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납치당했을 때는 그저 살아남겠다는 일심(一心)으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희망 같지도 않은 희망인 Pino 패밀리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모든 관심이 Pino 패밀리에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지고 건물이 흔들렸을 때는 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