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왕자 오소마츠 X 세헤라자데 쵸로마츠 사막에서는 모든 것이 귀하다. 물도, 식량도, 그리고 왕가의 자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태양의 저주를 받은 땅에 힘겹게 나라를 세웠건만 왕가는 자신들의 대가 끊길까 늘 전전긍긍했다.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통치자가 없어지면 질서를 잃고 내란이 일어날까 늘 불안해했다. 모든 왕족과 백성이 바라고 바란 결과일까, 드디어 왕자가 태어났다. 사막에 단비가 내린 것과 같은 소식에 온 나라가 왕자의 탄생을 축복했다. 모든 이가 왕자를 떠받들고, 칭찬하며, 아꼈다. 그 엄청난 사랑 속에서 왕자는 하루하루 자라났다. 터무니 없는 망나니로."심~심~하~다~" 대낮부터 플로트 위에 누워 덜렁덜렁 다리만 흔들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가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 있는 이 백..
For. 라슈 유리병눈(雪)고양이 눈이 내린다. 자유롭게 곡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눈 송이들을 공원 벤치에 기대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땅에 닿아 녹아버리면서도 하나 둘 쌓여가는 것을 보아하니 내일이면 쌓일 것 같았다. 미소를 머금고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골치덩어리라고 하지만 나는 눈이 좋았다. 새하얀 색도, 하늘하늘 내려오는 점도, 닿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점도, 쌓이면 쌓인대로 놀 수 있다는 점도 모두. 그렇지만 무엇보다 빛을 반사시켜 하얗게 빛나는 점이 예뻐서 좋았다. 어린 나는 그 빛을 간직하고 싶었다. 처음엔 눈을 뭉쳐서 가져가봤지만 눈이 딱딱하게 변하고, 엄마한테 혼나버려서 다른 수를 찾아야했었다. 그래서 나는 조그만 유리병을 챙겨나갔었다. 알..
"아." 무심코 튀어나간 말이 비에 산산히 부서져간다. 침묵 속을 빗소리가 가득 메운다. 반듯하게 세운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을 끌며 쵸로마츠 옆에 섰다. 눈동자를 굴려 올려다본 옆 얼굴은 턱선이 날카롭게 이어져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비 오네." "그러네." 대화답지도 않은 짧은 대화가 끊기고 또 빗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운다. 나란히 서서 비 구경인가 싶을 찰나 쵸로마츠가 앞 머리를 쓸어올렸다. 골치가 아플 때면 가끔씩 나오는 악동 시절의 흔적. 단정히 빗어내렸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는 것을 나는 신기한듯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늘고 흰 손가락이 머리를 정돈하는 것까지도. 머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야 세모 모양으로 약간 벌어졌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치마츠, 너 우산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