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선생님과 나 나와 선생님 기껏 병문안 간 것도 무색하게 오소마츠 선생님은 하루를 더 결석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차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머리도 복잡하고 그래서인지 영 기운이 없다. 선생님이 오셨으니 내가 대신 조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돌리며. 엎드려 있으니 누군가가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자는 줄 알고 깨우는 걸까. 그런데 우리 반에 대뜸 내 머리에 손 올릴 정도로 친한 녀석이 있었던가? "우리 반장 어디 아픔?" 선생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튀었다. 계속 자는 척 했으면 좋을 텐데 망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느리게 몸을 켰다.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바라보니 선생님은 날 보고 씩 웃으셨다. "어제 밤에 뭐 했어? 혹시 혼자 딸딸─" "아니거..
전편 [오소쵸로]선생님과 나 "선생님은 또 지각이신가..." 선생이 지각이라니 참 웃길 노릇이다. 더 웃긴 건 나도, 반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겠지만. 예비종이 울려도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전달사항을 간단히 말했다. 어느 누구도 선생님은 언제 오시는지 묻지 않고 그냥 내 말에 알겠다고만 대답했다. 교탁에서 자리로 돌아가고 나자 교실은 소근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나름 시끄럽지 않게 떠든다고 떠드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떼로 모이면 소란스럽다는 걸 모르는걸까. 그 소리들도 수학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싹 사그라들었지만 말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숫자와 알파벳과 기호의 나열을 보다가 졸음을 쫓으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비가 왔어서 그런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
탁.바둑판 위에 바둑알이 올라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검고 흰 바둑돌이 점차 바둑판을 채워갈 수록 나도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든다. 학생들이 오가는 복도지만 소란스러운 대화도, 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신경을 잡아끄는 건 오직 흑과 백뿐. 이 명명백백한 바둑판위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내 고민이 끝날 때까지. "시립 파프리카 재단 교칙 제 11조." 그럴 터였다. 나는 재빨리 들고 있던 검은 바둑알을 내려놓았다. "복도에서는 바둑 묘수 풀이를 하지 말 것!"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이마를 막았다. 손에 잡힌 것은 아니나 다를까 새하얀 위반티켓. 위반티켓을 눈 앞에서 치우자 내 고민의 원이, 미래가 꼿꼿히 서서 날 내려보고 있엇다. "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