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yIko1x3)님 생일 축전 글 프루티 오소X시트러스 쵸로 이코님 썰 기반 맨 아래에 있는 그림 축전은 예날(@Yenal_matsu)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운이 좋았죠." 어떻게 아이돌로 데뷔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어는 한 번 웃고는 그렇지 않다며 멋진 아이돌이라고 나를 칭찬해주었지만 멋쩍은 웃음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멋진 아이돌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떨렸다. 아이돌을 존경하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 노력한 건 맞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인 아이돌계는 내 생각보다 훨씬 눈부시고도 가혹한 것이었다. 이미 연예계에 진출한 수많은 아이돌. 그 속에 있는 내 빛은 너무나도 작고 나약한 것만 같았다. 사람을 가리고, 패션 감각도 없고, 아이돌다운 ..
※오소쵸로 교류전 협력글※참고한 꽃말 : 호접란 - 행복이 날아오다 / 수국 - 진심, 변덕, 처녀의 꿈※미도리토가문 날조 주의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나에게 꽃을 바치던 가문이 있었다. 차라리 먹을 거나 달라며 짓궂은 짓도 해보았지만, 오히려 더 정성껏 꽃을 바치길래 그만둔 것도 벌써 몇백 년 전. 아마 오늘도 어김없이 신사에는 이름 모를 꽃이 올라올 것이었다. 딱히 꽃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굳이 좋다, 싫다 중 하나를 고르자면 싫어하는 쪽이기는 했지만.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나에게는 꽃이 폈다 지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라 그 찰나를 두고 아름다움이니 뭐니 떠드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 덧없음이 좋다나 뭐라나. 어차피 꽃이 지면 다 끝인데 바보같이. 내 눈에는 똑같이 짧은 삶..
上 中 下 "네, 이걸로 프루티의 오소마츠씨와 시트러스의 쵸로마츠씨의 총정리 영상을 살펴봤는데 두 분 기분 어떠신가요?" MC의 상큼한 멘트와 함께 카메라가 우리 쪽으로 향한다. MC들과 우리와 같은 출연진들 역시 몸을 틀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스튜디오에서의 마지막 촬영. 내 몸집만 한 쿠션을 끌어안고 나는 어정쩡하게 미소지었다. 기분이 어떠냐니. 이 프로그램만큼은 보는 게 괴로워서 일부러 모니터링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다 같이 보니 죽을 맛이다. 표정 관리를 잘 못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적나라하게 찍혔다. 하물며 편집을 거치니까 내가 오소마츠형을 의식하는 게 한눈에 보여서... 잠시 대답을 주저하는 사이 오소마츠형은 호탕하게 웃으며 토크를 시작했다. 그..
上 中 얇게 눈꺼풀을 덮는 빛에 느리게 눈을 떴다. 낯선 천장에 잠시 여기가 어딘가 혼란스러운 사이 카메라의 빨간 불빛과 눈이 마주쳤다. 맞다. 촬영 일정 때문에 어제는 여기서 잤지. 그렇다면 내 뒤에 있는 건... 갑자기 등에 닿는 온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뻣뻣한 고개를 겨우 돌려 뒤를 보면 오소마츠형이 입을 살짝 벌린 채 자고 있다. 많이 피곤한 것인지 굳게 닫힌 눈꺼풀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깨워도 안 일어나겠지. 잠든 얼굴을 조금 더 훔쳐보고 싶은 마음과 카메라가 있다는 이성이 서로 부딪힌다. 결국 언제나 그랬듯이 마음을 지그시 누르고 허리에 감긴 팔을 풀러냈다. 깨지 않도록 이불에서 몸만 살짝 빠져나가자 서늘한 아침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이 찬기에 내 마음도 식으면 좋으련만 바람과 ..
上편 "미치겠다..." 오랜만에 코디가 준비한 옷이 아닌 편한 후드 차림으로 탁자 위에 널부러졌다. 데뷔 후 첫 쉬는 날이지만 신나기 보다는 지쳐서 움직일 기력도 없다.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에서 시트러스나 프루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내가 싫다. 살짝 눈동자만 올려 TV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오소마츠 선배 옆에서 열을 내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 날, 우리의 첫 예능은 말그대로 대박을 쳤다. 프루티의 버프도 있었지만 우리의 케미가 좋다나 어떻다나... 프루티 같은 경우에는 항상 오소마츠 선배가 장난을 걸고, 토도마츠 선배가 아무 일 없었던듯이 무시하는 것이 한 패턴으로 고착화되어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나라는 인물이 끼어들면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놀리는 오소마츠 선배..
"Trick and Treat!" 밑도 끝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와 해맑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는 그저 눈을 깜빡였다. 장난기로 가득한 입에는 뾰족한 송곳니가 덧보이고, 평소에 입던 붉은 후드 대신 안은 붉고 겉은 검은 망토가 그의 목에 둘러져있었다. 붉은 리본은 한 쪽만 길게 늘어진 채 덜렁거리고 있고, 마찬가지로 붉은 셔츠 안에 자리한 새하얀 셔츠는 불편한 것인지 윗단추는 풀러져 있었다. 그 언젠가 형제들 다같이 이야미의 집을 털러갔을 때 입었던 그 뱀파이어 의상을 보며 쵸로마츠는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올해는 웬일로 조용하다 싶더니만. 형제들 모두 뿔뿔히 흩어진 할로윈에도 혼자 열심히 분장을 한 형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읽던 책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은 쵸로마츠는 제 후드 주머..
※아이돌 오소쵸로※프루티 오소X시트러스 쵸로※시트러스(쵸로마츠, 쥬시마츠) 이외에는 남남※새잎마츠 비중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형제애입니다. 그는 빛나고 있었다. 끝도 없이 넓은 무대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서. 아니, 오히려 그 작은 몸으로 그곳을 압도하고 있었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모두의 집중을 끌어당겼다.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의 중심은 누가 뭐라해도 그였다. 나는 입을 닫을 생각도 못 하고 그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눈꼬리와 입꼬리가 곱게 휘었다. 붉은 눈동자는 그 어떤 조명보다도 눈부셨고, 귀에 그의 목소리만이 가득찼다. 아. 환호가 아니라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응원봉을 떨어뜨리고 시끄럽게 요동치는 심장 부근을 쥐어..
※하나하키병 소재※이 노래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KK - True 노래 소리가 들렸다. 나직하고 어설픈 멜로디가 가을 바람을 타고서. 아무도 없는 학교에 울린 노래는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미성에 이끌려 마츠노 오소마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소리에 선명히 색이 입혀진다. 하얀 색 교실문을 앞에 두고 오소마츠는 멈추어섰다. 당장 문을 열어 누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노래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뒤섞였다. 가늘게 이어지던 노래가 끊어지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교실 문을 열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가장 먼저 그를 반겼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앞머리를 치우자 붉은 노을을 등지고 선 학생이 한 명 보였다. 반에서 항상 보던..
"어이, 오소마츠." "우으..." "야, 임마! 안 일어나냐, 쨔샤!" "뭐야, 치비타~ 손님한테." "손님은 얼어 죽을. 네 놈은 웬수야, 웬수! 취했으면 주정 떨지 말고 집에 가서 곱게 자라?" "진짜 너무하네..." 바닥에 잔잔하게 남은 맥주병을 끌어안고 엎드러졌다. 어묵 냄새를 듬뿍 머금은 열기와 칙칙한 한숨이 내 머리를 덮는다. 일부러 모른 척을 하며 맥주병을 더 세게 안았다.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다. 물기 어린 표면을 타고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힘없이 아래로 떨궈진 손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양쪽으로 텅 빈 자리를 보는 것이 싫어 고집스럽게 이마를 박고 일어나지 않았다. 헛웃음 비스름한 것이 들리더니 딱딱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 짜증 내며 고개를 드니 치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