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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오쵸 안나옵니다...
기계 소리 속에 한 남자의 발소리가 묻혀간다. 조명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장 내부를 검은 눈동자가 샅샅이 살펴본다. 원자재, 조립, 포장. 모든 라인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화약 냄새를 맡으며 남자는 들고 있는 서류에 글자를 휘갈겼다. 이상 없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살펴보고 뒤를 돌아보니 강렬한 붉은 색이 그의 시야를 장악했다. 반사적으로 살짝 크게 뜨였던 그의 눈이 도로 반쯤 감겼다.
"반장씨, 오늘도 perfect한 날을 보내고 있는가. 으응?"
"하아..."
또냐. 머리를 긁적이던 반장 이치마츠는 모자를 다시 썼다. 서류철로 붉은 장미다발을 옆으로 밀춰내니 카라마츠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도 와놓고 왜 또 온겁니까."
"그야 나의 키티가 보고 싶어서─"
"그럼 볼일 끝났네요. 안녕히 가세요."
"자, 자자잠깐! 현재 납입 가능한 물품이 어느 정도지?"
갑자기 튀어나온 일 얘기가 이치마츠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뭐야. 일때문에 온 거였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혀를 칫 차곤 들고 있던 서류를 넘겨보았다. 무수한 숫자들을 한 번, 돌아가는 공장을 한 번 보고나서야 이치마츠는 대답했다.
"납입한 지 2주도 안되서 기껏해야 평소 납입량의 30%정도일 것 같습니다."
"흠... 저번 게 남아있긴 하지만 그정도면 좀 부족할 지도 모르겠군. 일단 그거라도 넘겨주겠나?"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길래 갑자기 납입하라는 거야. 질문조차 하지않고 이치마츠는 평이하게 서류에 빨간 선을 그었다. 창고 담당에게 전달하려 발을 막 떼려는 찰나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앞을 막아섰다. 카라마츠는 한 팔로 이치마츠를 가로 막고 그 자세 그대로 벽에 기댄 채 웃으며 눈을 맞춰왔다. 이치마츠의 인상이 와작 구겨졌다. 아, 이거 존나 귀찮은 거다. 반짝거리는 눈에서 왜 무기들이 필요한 지 물어봐달라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마피아가 이러고 다녀도 되는 건가. 이치마츠는 볼펜으로 머리를 긁적이고선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생겼길래 갑자기 납입하라는 겁니까?"
"아아. 얼마 전에 우리가 날개를 꺾어버린 악마들이 앙큼한 짓을 해서 말이지."
"얼마 전에 소탕한 패밀리가 도발해왔단 말입니까."
"빙고─☆"
자연스럽게 카라마츠의 말을 번역하며 이치마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보놈들. 그렇게 당하고도 또 오다니. 카라마츠가 블랙 공장에 와서 무기를 보급하려는 걸 보아 이번엔 아예 괴멸시킬 속셈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곧 대규모 전투가 있을 텐데 왜 서두르지 않고 여기 있는 거지. 이치마츠가 흘낏 카라마츠를 보자 바로 눈이 마주쳤다. 날아오는 윙크에 이치마츠는 볼을 붉히며 창고 담당에에 무전을 쳤다. 여기에도 바보가 있다고 생각하며. 카라마츠가 그런 이치마츠를 보며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오소마츠가 지시한 시간은 6시. 아직 여유는 있다. 카라마츠는 아까보다 편히 벽에 기댔다.
"그쪽이 우리 형님이 마음에 들어하던 오카마를 납치했다더군."
"에."
"그 청년도 참 안됐어."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응? 그 청년도 참 안됐─"
"아니 그 전에!!! 뭐라 했냐고 새꺄!!!!"
카라마츠는 눈을 쉴 새없이 깜박였다. 왜 목이 졸려오는지, 이치마츠는 왜 자신의 코 앞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땀과 기름냄새가 뒤섞인 향이 코를 찌른다. 카라마츠는 꼬인 머리 속을 정리했다. 그 중심에 놓인 한 단어가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오카마..."
이치마츠는 소리나게 혀를 차곤 잡고 있던 멱살을 신경질적으로 놨다. 늘 무기력하던 그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카라마츠는 똑똑히 보았다. 평소 무기력하기만 하던 그가 이런 눈빛도 할 수 있다니. 뒷통수를 시원하게 맞은 것 같다. 카라마츠가 목을 매만지는 사이 이치마츠가 웬 확성기를 들고 나타났다. 난간에 오른쪽발을 올린 채 위태롭게 선 이치마츠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야 이 사축놈들아!!! 내일 아침, 아니 오늘 저녁까지 할당량 완수해!!! 안그럼 죽여버린다!!!!"
공장 내 분위기가 술렁거린다. 불만이나 볼멘소리보다 당혹스러움이 더 압도적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 그 자리에 굳어있다. 그 원인은 그딴 것 신경쓰이지도 않는다는듯이 도로 카라마츠에게 돌아왔다. 밤고양이마냥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나도 데려가."
"하?"
"나도 데려가라고."
평소대로 목소리가 작아졌으나 그 속에 뼈가 있다. 이토록 이치마츠가 단호하게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던가. 카라마츠는 관찰하듯이 이치마츠를 보았다.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으나 속은 볼품없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땀,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에서 이치마츠의 초조함이 역력히 보인다. 이런 자를 전투에 데려간다? 그것도 보스를 필두로 한 대규모 전투에? 카라마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치마츠의 어깨가 약하게 튀었다.
"아무리 반장이라도 그 말을 들어줄 수가 없군."
"하지만..."
"하지만따윈 없다. 왜 그러는진 모르겠다만 이건 외부자가 낄 문제가 아니야."
겉멋을 빼고 담백한 카라마츠를 보고 이치마츠는 어깨를 떨구었다. 외부자. 세 글자를 중얼거리며 이치마츠가 약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패밀리의 말단 멤버도 아닌 그저 블랙공장의 반장이 마피아 항쟁에 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정돈 그도 알고 있다. 무리다. 억지다. 그럼에도 가야만 하는 이유가 그에겐 있다. 이치마츠는 외부자가 아니다.
"─이라고."
"흐응? 지금 뭐라고 했나."
"그 오카마! 우리 형이라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 위로 순간 언젠가 보았던 오카마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상반되는 분위기가 우스울 정도로 쏙 빼닮은 얼굴이. 카라마츠가 뭔가를 알아채려는 찰나 이치마츠가 악을 썼다. 분노인지 오열인지도 모를 괴성이 공장 안에 퍼져나가고, 단단한 손이 그것을 붙들었다.
"...다녀왔다."
"어서─어라?"
"..."
"손님?"
토도마츠가 비아냥거리자 카라마츠는 시선을 피했다. 카라마츠도 카라마츠지만 그의 등 뒤에 숨어 식을 땀을 뻘뻘 흘리는 이치마츠도 볼 만했다. 카라마츠의 옷깃을 잡은 손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토도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마자 이치마츠의 어깨가 튀었다. 사람 집에 처음 들어온 길고양이같아. 짧은 감상평을 남기며 토도마츠는 영업용 미소를 얼굴에 달았다.
"어서와요, 블랙공장의 반장씨?"
"아, 아... 안녕하세요..."
"미안하다, 토도마츠. 웬만하면 혼자 오려고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응. 알아. 알아. 반장씨가 그 오카마의 동생이라는 거."
"에."
토도마츠는 씩 웃어보이며 뒤에 있던 문을 밀었다. 부드럽게 열린 문 틈에서 달큰한 향이 빠져나왔다.
"아! 이치마츠형아다!"
"쥬시─?"
"도옹─!"
웬 노란색이 날아왔다 싶더니만 큰 소리와 함께 이치마츠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아보면 이치마츠는 한 남자와 바닥 사이에 끼인 채 늘어져버렸다. 이치마츠 위에서 와하하 웃어버리는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변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쏙 닮아있었다. 반장씨의 형이 오카마인 걸 듣고 아지트에 데려와서 만난 이가 또 반장씨와 닮아있다? 몰아친 상황에 카라마츠는 답을 찾으려 토도마츠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토도마츠,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우리 패밀리 정보 담당 얕보지 말아줄래? 보스 주변 인물들을 꿰고 있는 건 당연한 거잖아?"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토도마츠는 쥬시마츠가 앉아있던 테이블로 다가갔다. 언제 친해졌는지 친근하게 「톳티」라 부르는 쥬시마츠에게 미소로 답하고선 티포트를 살짝 들어올렸다. 토도마츠 취향의 디저트가 층층이 올려진 에프터눈트레이 주위에 딱 알맞게 준비된 찻잔 4개. 그윽한 향기와 홍차가 찻잔 가득 채워진다. 대규모 전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따위 앗아갈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도마츠가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차 한 잔하며 얘기 좀 할까요?"
"저기이~"
"..."
"우리 아무것도 안한다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보호하듯 더 세게 껴안았다. 토도마츠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 지금 와있는 곳이 마피아 아지트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닐까? 보통은 좀 더 호의적으로 나와서 상황을 살피지 않나? 이 둘을 죽일 이유가 없으니 망정이지 이건 완전히 어린 아이가 이불 속에 숨는 꼴이다. 같은 숨은 한 명은 숨었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이치마츠형! 아~"
"아..."
"맛나지 않수?"
"그렇구만. 맛나구만."
"그렇겠지! 내가 가져온 것들이니까!"
"훗, 반장씨 이것도 맛있다구? 자, 아~"
"쥬시마츠 가서 이것 좀 더 가져와."
"아이!"
"에."
총총 나가버린 쥬시마츠를 멀거니 바라보며 카라마츠는 제 입에 포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거 반장씨가 좋아할 만한 맛인데...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가던 도중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은빛 포크가 바닥을 나뒹굴자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반장씨. 카라마츠의 부름에 이치마츠는 묵언으로 답했다. 잠시나마 풀어졌던 분위기가 다시금 팽팽해져온다.
"쥬시마츠를 왜 데리고 온 거야."
"이제 얘기할 마음이 드나봐?"
"대답해."
짐짓 쏘아오는 눈빛에 토도마츠는 코웃음을 쳤다. 우습다. 우스워. 지금 눈 앞에 있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귀여워보여도 볼 거, 못 볼 거 다 본 마피아라고. 토도마츠는 여유롭게 홍차를 홀짝였다.
"그야 당연히 당신네 형, 쵸로마츠씨가 납치당했으니까 데려왔지. 지금 우리랑 있어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거지 아니였으면 찾으러 갔을 거잖아?"
"..."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데려온 거야. 이정도면 이해되지?"
혹여나 두 사람이 움직이는 걸 누군가가 본다면 후에 퍼트릴 '우리 부하가 인질로 잡혀갔었다'라는 소문에 모순이 생기니까. 상세한 이유는 숨긴 채 보란듯이 웃어보이는 토도마츠를 이치마츠는 일관성있게 노려보았다. 이해가 가냐, 안가느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이해가 간다. 복잡하게 일이 엉키는 것은 누구라도 싫어할 테니까. 지금까지의 티타임, 그리고 밖으로 보낸 쥬시마츠가 조용한 것으로 보아 우릴 해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잘 알겠다. 지금은 말이지. 이치마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쵸로마츠가 납치당했고, 우리가 그를 찾으면 이들이 곤란하다. 그 말은 쵸로마츠는 발견되어선 안된다는 거다. 그 이유는... 이치마츠는 그 답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설마. 그래도. 혹시. 이치마츠는 머리 속에 자욱하게 낀 안개를 휘저었다.
"그럼 쵸로마츠형은..."
"글쎄? 아까 오소마츠형이 가긴 했는데 이미 죽어있을 지도 모르지."
"너 이자식!"
요란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쓰러졌다. 스콘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도자기 파편들이 이리저리 튀어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팽팽한 분위기가 끊어졌으니. 죽일 듯이 토도마츠에게 달려드는 이치마츠를 막은 것은 다른 아닌 카라마츠였다. 태연하게 서있는 토도마츠 앞에서 이치마츠의 양팔을 붙잡았다. 마른 팔이 볼품없이 허공을 긁었다.
"반장씨, 심정은 알겠지만 좀 진정해라."
"진정하게 생겼어?! 쵸로마츠형이─"
"─쵸로마츠형이?"
일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이치마츠는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쥬시마츠는 난장판이 된 방 안을 살피지도 않고 이치마츠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쵸로마츠형이 왜?"
"...아무것도 아니야."
이치마츠는 힘이 쭉 빠져 팔을 늘어뜨렸다. 서있는 게 고작인 다리가 후들거린다. 카라마츠가 그런 그를 살짝 받춰주었다. 쥬시마츠에게 이런 걸 말할 순 없다. 쵸로마츠는 오카마, 이치마츠는 블랙공장 일을 하기로 결심할 때 둘이서 약속한 게 있다. 쥬시마츠만은 꼭 웃게 해주자고. 이런 상황이지만 막내만큼은 조금이라도 순수하게 지내게 해주자고. 그렇지만 말 안해도 되나? 이치마츠 목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쵸로마츠형의 일을 언제까지 숨길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치마츠형."
이치마츠의 어깨에 온기가 닿았다. 쥬시마츠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살포시 웃고 있었다. 자신을 오롯이 담은 눈동자를 보며 이치마츠가 짧게 탄식을 흘렸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막내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결심한 것은 비단 형들뿐만이 아니었다. 동생도 형들을 위해 웃자고 결심했던 것이다. 쥬시마츠는 느리게 말을 꺼냈다.
"쵸로마츠형 어제 오픈 전부터 안보였어. 가게 문 여는 건 항상 쵸로마츠형이었는데. 그래서 나 어제 가게를 열 수 없었어."
"쥬시마츠..."
"내가 가게를 비우지 않았다면 쵸로마츠형은 무사했을까?"
"아니야. 쥬시마츠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이치마츠는 황망히 쥬시마츠의 손을 잡으려했다. 손은 잡히지 않았다. 대신 길게 늘어진 소매가 허무하게 펄럭인다.
"저기, 있지."
목소리가 살짝 잠겨있다. 눈물이 고인 눈동자가 이치마츠에게로 향한다.
"쵸로마츠형 지금 어디 있어?"
이치마츠는 헛숨을 들이켰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에 얼이 나간 이치마츠가 비친다. 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를 무한히 반복한다. 목에 솜이 틀어막힌 것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잠시 어디 간 거라는 흔한 거짓말조차도 할 수가 없다. 어디? 쵸로마츠형 어디있어? 살아있는 거지? 형이 죽었다면 난... 난... 이치마츠가 땀이 찬 손으로 쥬시마츠의 소매를 꽉 쥐었다. 손도, 눈동자도 떨리고 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는 그런 둘을 가만히 방관했다.
"우리 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그치?"
이치마츠는 고개를 떨구었다.
"두 사람은?"
"방 안에서 별 말 안하고 그냥 있어. 분위기 엄청 어두워."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다."
평소의 허세가 사라진 카라마츠를 향해 토도마츠는 어깨만 으쓱거렸다. 카라마츠가 묻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의 처분. 그건 보스 오소마츠의 영역이고, 오소마츠에게서 연락이 없으니 뭐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지금쯤 적들을 어떻게 죽일까 신나게 고민하고 있겠지. 토도마츠는 검은 차를 타고 유유히 떠나가던 보스를 떠올렸다.
"역시 죽이는 건가."
"글쎄? 오소마츠형 적이 아닌 상대에겐 적당히 넘기니까 또 모르지. 기분 내켜서 살려줄지도. 그러면 둘 다 블랙공장에서 일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반장씨 일 잘하는 거야 알고, 동생쪽도 시키면 잘만 할 것 같아."
"과연 그럴까."
카라마츠는 팔짱을 끼고선 눈썹을 찌푸렸다. 토도마츠의 말대로 오소마츠라면 저 둘을 살려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가능성에 불과하고, 만약 살려준다할 지라도 두 사람이 순순히 따라줄 지 미지수다. 애초에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데려온 것은 쵸로마츠를 찾으러갈 것 같아서가 아니었나. 아까 보기에도 형제애가 매우 깊은 것 같은데 그런 두 사람이 과연 형이 죽게 된 원인이나 다름없는 이 패밀리가 운영하는 블랙공자에서 일 할 지... 그렇다고 두 사람을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 데려온 이유가 없어지니 말이다. 그럼 결국 두 사람은... 카라마츠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문자 온 거야? 누구?"
"블랙공장에서다. 현재 분량 납입할 준비 다 끝났다는군. 형님은 지금 어디있지?"
"아마 곧 상대편에 도착할 거야. 얘기 전해둘게."
"아니, 괜찮다. 나도 그쪽으로 갈 테니."
토도마츠의 손이 공중에서 멈추었다. 카라마츠는 태연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왜 굳이? 카라마츠형까지 안가도 다 끝날 것 같은데."
"그 형이란 자를 찾아야하지 않겠나."
"헤에~ 로맨티스트 나셨네."
카라마츠형이 반장씨를 좋아한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보기 힘든 카라마츠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토도마츠는 히죽거렸다.
"그래야 반장씨가 계속 내 옆에 있을 게 아닌가."
"응?"
"어차피 시간이 늦었으니 그 자는 이미 죽었을 거야. 나는 시체만 데리고 올 거다. 구하려 했지만 늦었다, 형의 시체만이라도 가져왔다. 그리 말하면 반장씨는 무슨 반응을 할까."
카라마츠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간다. 아, 이런. 이거 설마? 토도마츠는 휴대폰을 집어넣고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울면서 나에게 안기겠지. 내 품에서 형의 이름을 부르짖을 거야. 그 후엔? 그 눈물에 젖은 눈동자가 나에게 향할 것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온갖 달콤한 말을 속삭여줄 거다. 그러면 상심한 마음은 곧 나로 가득채워지겠지. 나에게 의존하게 될 거야! 그럼 계속 함께 할 수 있어! 아아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지!"
카라마츠가 연극을 하듯 과장되게 두 팔을 벌렸다. 토도마츠는 소름이 올라온 제 팔을 문질렀다. 자신의 형이 로맨티스트이면서 사이코패스인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이거 참 반장씨가 불쌍하게 되었네. 유유히 멀어져가는 카라마츠를 배웅하며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전했다. 마음 속으로만.
공백 미포함 6,286자
이게 얼마만이지... 한 달? 한 달 아직 안되었지요...?
허어엉 잠시 글 안 쓴 사이에 글 쓰는 법 다 까먹은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 한참을 삽질한 듯ㅠㅠㅠㅠㅠㅠ 대학교 죽어라 개강 죽어라(푹푹푹) 그래도 어제 좋은 소식 들었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처음으로 오쵸가 안나오네요. 그럴 수도 있져!(?) 서브 커플링은 카라이치 제대로 써보는 건 이게 처음인 것 같네요. 그저 사패같은 카라가 보고 싶었을뿐...
그리고 쵸로, 이치, 쥬시의 형제애는 각별합니다. 특히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원작에서도 형제 엄청 좋아했죠. 쵸로 일만 아니었으면 이치가 저렇게 이성 잃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쥬시도 울 진 않았을 거고. 어휴 애들아ㅠㅠㅠ 이건 다 오소마츠가 나쁜 거야.(??)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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