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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친_연성_내_스타일로_리메이크하기
프완님 연성 보고 짧게 써보았습니다.
(연성 링크는 따로 걸지 않았습니다.)
※쵸로마츠 라이징편과 1기 24화 사이 시점이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면 됩니다.
하늘에 떠있는 구체가 점점 커진다. 도망가지 않으면 큰일난다. 모두 본능에 따라 달아날 때 단 한 사람만이 그 아래에 서있었다. 쵸로마츠. 목이 바짝 말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쵸로마츠는 그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한 건지 멍하게 자신의 자의식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선 어떤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공허했고, 허무했다. 높이 떠있던 자의식이 쵸로마츠를 향해 길게 촉수를 뻗었다. 내뿜는 빛이 더욱 강렬해서서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촉수를 향해 웃으며 손을 뻗는 쵸로마츠의 모습이었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백수로 살다보니 날짜 감각이 없다. 재미없는 개그프로를 보며 과자나 먹고 있으니 생각이 자꾸 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쵸로마츠는 그날을 기점으로 이상해졌다. 아니, 원래도 정상인 놈은 아니었지만. 그 후로 있지도 않은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나, 골판지로 만든 노트북만 두들기지 않나. 형제들이 합심해서 정신을 차리게 했더니 이따금씩 먼 곳을 쳐다보기도 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허망한 눈빛으로. 평소엔 모든 생각과 감정이 드러나는 그 눈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것이 무서웠다. 더 정확히는 내가 비치지 않는 것이 두려웠다. 나를 보지 않고, 내 말도 듣지 않고, 내가 없는 곳으로 영영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 그때 덜컥 심장이 떨어지고 온 몸의 피가 식었다. 내 곁에 쵸로마츠가 없는 게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상상하기도 싫었다. 지금까지 계속 함께였으니까.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쵸로마츠는 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다시 늘어났다. 정장을 차려입고 나가는 걸 보면 아이돌 덕질하러 가는 건 아니겠지. 질리지도 않는 걸까,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면 이 집이 지겨운걸까. 있으나 마나한 텔레비전은 그냥 꺼버렸다. 그러자 누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며시 내려오는 소리. 쵸로마츠다. 거실 문을 열고서 얼굴을 빼꼼 내미니 아니나 다를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쵸로마츠가 보였다.
"쵸로마츠, 어디 가?"
"응. 잠깐 나갔다올게."
그리 말하곤 쵸로마츠는 내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 신발장을 열었다. 정말 칼 같구나. 자리에서 느리게 일어나 뒷머리를 긁으며 그 뒤를 따랐다. 반듯하게 펴진 정장이 네 너른 등을 감싸고 있었다. 그 날 너에게 촉수를 뻗던 네 자의식은, 결국은 터져버리고 만 자의식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잘은 몰라도 지금의 네가 취직, 취직 말만 했던 예전과는 다르다는 건 알겠다. 그러니까 정말 날 떠날 수도 있다, 이거지?
"쵸로마츠."
나도 모르게 쵸로마츠를 불렀다. 목소리에서 부디 내 감정이 드러나질 않았길 바랐다. 쵸로마츠는 아무것도 눈치 못 챘는지 태연한 얼굴로 고개만 돌려 나를 보았다.
"왜? 오는 길에 뭐 사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너는 정말 이 집을 떠날 때에도 그렇게 태연하게 떠나가겠지. 참지 못하고 쵸로마츠를 억지로 돌려세워 허리를 끌어 안았다. 새삼스레 허리 얇다는 생각을 하면서 크게 뜬 눈에 비치는 추한 나와 마주하기 어려워 시선을 약간 내리 깔았다.
"오늘은... 나랑 있자."
"어?"
"나가지 마."
부탁할게. 일부러 목소리에 감정을 섞어서 보냈다. 조금이라도 네 마음을 흔들 수 있도록. 조심스레 시선을 올려 너를 보니 너는 멀뚱하게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그러곤 피식 웃더니 내 손을 잡아주었다.
"오늘만이야."
칼같이 자른듯한 배려를 배푸는 것도 참 너다워서 웃어버렸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메마른 웃음이었다.
쵸로마츠에겐 미안하지만 홧김에 붙잡은 거라 할 만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적적해서 텔레비전을 틀자 개그 프로그램은 끝났는지 처음 보는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편한 후드티로 갈아입고는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녹차 두 잔도 들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녹차 하나를 내게 내밀고, 제 잔을 조금 홀짝거리더니 날 흘끔 보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어?"
"아무 이유없이 나 잡았을 리는 없잖아."
아니, 정말 아무 이유 없습니다만. 진짜 그렇게 말했다가는 가버릴 것 같아서 말없이 녹차만 홀짝였다. 그와중에 맛있네, 이거. 한참을 말 안 하고 뜸만 들이니 쵸로마츠가 컵을 내려놓고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나쁜 짓을 하려는 어린 아이처럼 심장이 쿵쿵 뛴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헛웃음으로 덮었다. 어서 말해보라는듯 재촉하는 눈빛을 슬그머니 피하며 녹차를 홀짝였다. 따뜻한 걸 마시니 그나마 속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고민이라... 없는 건 아니지."
"들어줄테니까 말해봐."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언뜻 그때 보았던 자의식과 같은 빛이 보이는듯했다. 형을 뒷받침하는 자신이 장하다 같은 거 생각하고 있으려나, 이녀석. 아프다고. 카라마츠랑은 다른 의미로. 눈을 감고서 쵸로마츠에게 머리를 기댔다. 잠시 어깨가 흠칫 떨리긴 했지만 날 밀어내는 손길은 없다. 그것이 무척, 무척이나 안심이 되었다. 너는 아직 나를 거부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서.
"별 건 아니고 악몽 꿔서 기분 안 좋은 거니까 그냥 내 어리광 좀 받아줘."
"뭐야. 성인 남성이 어리광이라니 징그럽게."
"왜애~! 동갑인 톳티는 잘만 하잖아! 그리고 성인이라고 해도 어리광 부리고 싶거든요? 떼 쓰면서 바닥 데굴데굴 구르고 싶거든요?"
아예 끌어안고 목소리를 높이며 본격적으로 떼를 쓰자 쵸로마츠는 짜증을 내며 몸을 빼내려 했다. 싫어. 가지마.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어깨에 얼굴을 파묻자 귓가에 한숨이 떨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정리하려는 것인지 조심스레 내 머리를 쓸어주었다.
"오늘만이야."
어쩔 수 없다는듯이 작게 웃으며 너는 나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형제에게 무르다. 언행은 거칠어도 마음은 은근 여리다. 그런 너를 나는... 그래, 사랑하고 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자 녹차향에 네 체향이 섞이어 들어왔다. 쵸로마츠, 쵸로마츠, 나의 쵸로마츠. 계속 내 곁에 있어줘. 차마 너에게 말하지 못 하는 질척거리는 속 마음을 너를 끌어안으며 겨우 삼켜냈다.
공백 미포함 2,254자
받았던 연성은 오소가 나가려는 쵸로를 잡으며 "오늘은 나랑 있자."의 장면으로 잡고 써봤습니다! 오소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 왜 붙잡을까 > 쵸로가 떠날까봐? 이런 플로우로 글을 썼더니 해피하지만은 않은 글이 나왔네요. 저번에 올린 것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요! 오소가 '나의 쵸로마츠'라고 할 정도로 독점욕을 갖고 있으면서 미움 받을까봐 차마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걸 좋아해서ㅠㅠ 이번에 그런 오소가 속앓이하는 걸 써봐서 재미있었어요! 보시는 분들은 어떠실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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