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나?"


별 일이네. 유난히 조용한 집 안에 들어서며 쵸로마츠가 중얼거렸다. 6명 모두 백수이다보니 집 안에 아무도 없는 일은 상당히 드믈었다. 쵸로마츠를 제외한 형제들이 열쇠를 안 들고 다닐 정도로. 열쇠를 꺼낼 필요도 없이 스르륵 열린 문을 떠올리며 쵸로마츠는 짧게 혀를 찼다. 벗어놓은 신발을 정리하려던 쵸로마츠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가지런한 초록색 신발 근처에 똑같은 디자인의 빨간 신발이 나뒹굴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조심히 걷는데도 오래된 집이라 삐끄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뻑뻑한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밀자 시원한 바람이 쵸로마츠를 맞아주었다. 에어컨이 웅웅 돌아가고 있는 방 한 가운데에 이불이 동그랗게 말려있다. 30도가 웃도는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니... 소박하게 사치스러운 게 정말 쓰레기인 백수다워서 한숨이 나왔다. 에어컨 온도를 조금 올린 쵸로마츠는 이불 덩어리 옆에 앉았다. 빼꼼 나와있는 얼굴은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애인인 오소마츠였다. 항상 6명이서 바글바글거리니까 둘이 있는 상황을 내심 바라기도 했는데 이런 건 아니었다. 무드 없는 상황에 울어야할지, 너무나 자신들다운 모습에 웃어야할지 쵸로마츠는 알 수 없었다. 깨우려 이불을 살짝 들추니 쭉 뻗은 맨 팔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고보니 나 오소마츠형 팔 베개 해본 적 있던가? 쵸로마츠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빠져 오소마츠의 눈꺼풀이 움찔 떨린 것을 보지 못 했다. 항상 오소마츠 옆에 자는 쵸로마츠지만 부끄러운 것도 있고 형제들 시선이 신경쓰여서 붙어있기는 커녕 오히려 오소마츠를 밀어내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무도 없다. 쵸로마츠는 부자연스럽게 주위를 살펴보고 마른 침을 삼키었다. 이불 안에 들어온 찬 공기에 깨어난 오소마츠가 그런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몇 초간 고민하듯이 눈을 깜박이던 쵸로마츠는 이불 틈새로 조심스럽게 몸을 집어넣었다. 방 안은 추운데 이불 안은 오소마츠의 체온으로 따뜻해서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살짝 팔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스르르 잠이 몰려와 몽롱한 상태에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올려다 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침을 흘리며 벌어져 있던 입이 꾹 닫혀있었다.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똑같은 유전자를 받은 여섯 쌍둥이. 아무리 봐도 여섯명 모두 얼굴이 똑같은데도 왜 유독 오소마츠만 잘생겨보이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중증이네. 오소마츠가 깰까봐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쵸로마츠가 설핏 웃었다. 활기 넘치는 눈동자라든가, 항상 장난스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 어린 아이처럼 둥근 뺨까지 똑같아도 다른 오소마츠만의 특징이 좋았다. 본인한테 뚜렷히 말로 전하지 못 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오소마츠의 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체온과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어우러져 기분이 좋았다. 천천히 잠 속에 빠져드려던 찰나에 손 아래에 있던 볼이 씰룩거리더니 손 등에 무언가가 감싸졌다. 화들짝 놀란 쵸로마츠가 눈을 번쩍 뜨니 바로 눈 앞에서 오소마츠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쵸로쨩~ 횽아가 그렇게 좋아?"


"깨, 깨어있었어?! 언제부터?!"


"쵸로쨩이 팔베개 했을 때부터?"


아까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쵸로마츠의 얼굴이 오소마츠의 색으로 물들었다. 소리도 못 내고 황망히 벗어나려는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와락 껴안았다. 몇 번 바르작거리던 쵸로마츠는 아무 말 없이 붉은 얼굴을 붉은 티셔츠에 파묻어버렸다. 그 위로 오소마츠의 웃음소리가 쏟아지고, 잠시 후 조용해진 방 안에는 멀리서 우는 매미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렸다.



공백 미포함 1,401자



시험기간이라 글 연성 너무 안 하기도 했고, 지금 쓰고 있는 게 막히고 안 써져서... 손 풀기용 짧은 글 써왔습니다. 다음은 좀 더 긴 글로 올게요!

'2차 창작 > 오소마츠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소쵸로]수조  (0) 2018.07.15
[오소쵸로]Rubato  (1) 2018.07.14
[오소쵸로]Expressivo  (1) 2018.05.15
[오소쵸로]나와 반장과 우리  (3) 2018.04.12
[오소쵸로]독  (0) 2018.04.09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