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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트위터에 썼던 썰 기반
발렌타인데이라서 써봤는데 지각했다!!
나는 왜 이런 걸 항상 제시간에 못쓰는 거지!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써서 상당히 엉성합니다....
"쵸로마츠, 초콜릿 만드는 거 도와주라!"
황당한 그 소리에 구인지를 넘기던 손가락이 멈췄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내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오소마츠형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오소마츠형은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더니 씩 웃었다. 나는 황급히 다시 구인지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한번 집중이 깨어진 후라 그런지 글자가 눈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웬 초콜릿이야."
"에에~? 설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거야? 역시 체리마츠."
"체리마츠라 하지마!! 그리고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인 거 나도 알거든?!"
그래, 오늘은 2월 14일. 온 세상이 알록달록한 포장 제품으로 빛이 나고, 곳곳에서 달콤한 향기가 풍겨나오며, 거리마다 커플들이 도사리고 있는, 솔로들에겐 그야말로 의미없고 쓸데없이 짜증만 나는 날이다.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었던 건데...! 괜히 짜증이 나 소리나게 구인지를 덮었다. 이젠 정말 읽기 글렀다. 그 원인 중의 원인인 오소마츠형은 바보같이 그걸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환히 웃으며 더욱 내게 가깝게 붙었다.
"그래! 발렌타인 데이라구! 초콜릿 하나쯤은 있어야 않겠어?"
"여자애한테 받는 게 아니라면 의미없잖아! 애초에 왜 굳이 만들려고 하는 건데? 그냥 사먹으면 될 것을."
"체엣, 무드없긴. 파는 것보단 역시 수제가 더 설레잖아!"
"설레서 뭐하려고! 어차피 자기만족이잖아!"
"자기만족 아닌 거든! 자기만족 아니거든!"
"그게 자기만족이 아니면 뭔데!"
"누구 줄 거거든!"
"...하?"
누구 준다고?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머릿 속이 울렸다.
대체 누구한테?
괜한 말이 튀어나갈 것 같아 입술을 짓이겼다. 그걸 말해서 뭐할려고. 그걸 들어서 어쩔 건데. 말해봤자, 들어봤자, 침묵해봤자 결국 상처받게 되어있어. 나는 오소마츠형을 좋아하고, 이 마음은 보답받지 못해. 알고 있잖아.
알고 있지만...
머리와 따로 노는 이 마음때문에 츳코미할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쳐버렸다. 하지만 상대는 눈치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오소마츠형. 내가 어떤 심정인지도 모르는 채 이젠 대놓고 나한테 달라붙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반 장난으로 하는 이 짓이 얼마나 내 심장을 찔러대는 지 너는 알 턱이 없겠지.
"아잉~ 쵸로마츠.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라~ 자꾸 그렇게 매정하게 굴면 이 횽아 섭섭해요~"
"아~!! 알겠어! 도와줄게! 도와주면 될 거 아니야! 징그러우니까 떨어져!"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며 오소마츠형을 발로 밀어냈다.
"왜 안되는 거야?! 초코는 그냥 녹였다가 굳히면 완성인 거 아니였어?!"
"그런 거 맞는데... 지금 누구누구가 그 간단한 과정 하나하나 다 틀리고 있어서 이 모양 이 꼴인 거거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그 누구누구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식탁을 손으로 내리쳤다. 큰 소리가 나며 오소마츠형들의 실패작들이 흔들렸다. 초코라 볼 수도 없는 무언가들이. 오소마츠형이 요리를 진짜 더럽게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20년 정도를 같이 살았는데 모를 리가! 그래서 무수한 선택지 다 버리고서 단순히 초콜릿 녹였다가 굳히는 걸로 하기로 했는데 어쩜 이렇게 못할 수가! 초콜릿을 자를 생각조차 안 한 채 그냥 무작정 시작하려고 하질 않나, 후라이팬에 초콜릿을 구으려 하질 않나, 중탕해야한다고 내가 물을 끓이니까 그냥 거기에 초콜릿을 빠트리기까지! 그래, 여기까지야 뭐 요리 상식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초콜릿에 맛있을 거라면서 별의별 쟤료를 다 넣는 건데!!! 세상에 누가 초콜릿에 야채랑 고기를 넣냐고!!!
이젠 더 츳코미 걸 기운도 없어서 그냥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제 슬슬 포기할 때도 되었건만 오소마츠형은 잠시 머리를 쥐어뜯는가 싶더니 다시 처음부터 초콜릿을 녹이기 시작했다. 답지 않게 끈기있게 구네. 그렇게까지 그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전하고 싶은 거야? 그렇게나 그 사람이 좋아? 부엌은 온통 달콤한 초콜릿 향이 진동을 하는데 내 입안은 쓰기만 하다.
울적해진 마음에 완성된 초콜릿 하나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물론 내가 만든 거다. 오소마츠형이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동안 나는 나대로 총 여덟개의 초콜릿을 만들어두었다. 부모님과 형제들 것. 각자의 색깔대로 포장을 해서 일렬로 세워놓으면 제법 보기 좋았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만큼 오소마츠형의 것도 다른 형제들의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저 색깔만 다를 뿐인 똑같은 포장. 내용물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어쩔 수 없잖아. 진심을 담은 초콜릿따위 줄 수 없는걸. 줘서는 안되는 걸. 같은 남자에 형제, 그것도 그 상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초콜릿을 만들고 있잖아. 정말 깔끔하게 빈틈이 없네. 고개를 들고 한창 집중하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옆 얼굴을 봤다. 워낙 귀차니즘이 심해서 보기 드물지만 저래 보여도 한 번 한다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 어렸을 때 했던 무수한 장난들도 그렇고, 빠칭코도 돈을 다 잃을 때까지 하는 것도 그렇고. 바보같지만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다.
부럽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낼 수 있는 오소마츠형도, 그 초콜릿을 받을 그 사람도.
슬프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초콜릿을 의리로 꾸미는 걸로도 모자라 그 사람이 초콜릿 만드는 걸 돕는 내 신세가.
그래도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 오늘로 마지막이겠구나.
"쵸로마츠. 야! 쵸로마츠!"
"응?! 왜 그래? 또 망쳤어?"
"후후후. 아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갑자기 들이밀어진 하트모양의 초콜릿들은 매끄러운 표면을 뽐내며 아기자기하게 모여있었다. 희미하게 풍기는 향은 달콤한 초콜릿 그 자체였다.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무난했지만 이거 하나 만들자고 들인 시간과 노력이 있기에 저절로 눈이 커졌다.
"...진짜 완성했네?"
"뭐야 그게~ 반응이 너무 심하지 않음?"
"지금까지 해온 짓들을 생각해보시지. 그나저나 언제 다 만든 거야?"
"쵸로쨩이 내 생각하는 사이에?"
"하지마라."
"꺄~ 냉정해~"
나는 말없이 일어나 포장을 하기 시작한 오소마츠형 옆에 섰다. 도와주기로 한 거 끝까지 해볼 셈이다. 이것만 하면 끝이다. 끝인 것이다. 내 도움에도 오소마츠형의 포장은 볼품없었다. 포장지 자른 면은 거칠고 붕 뜬 데가 있는 데다가 리본은 양쪽 길이가 다른 채 삐뚤게 매어졌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였지만 워낙 손재주없는 오소마츠형이기에 성공이라 치기로 했다. 괜히 손 대봐야 더 망칠 것 같기도 하고.
"완성!! 이야, 힘들었네~ 그래도 이 횽아치곤 좀 잘 만들지 않았냐? 자!"
오소마츠형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불쑥 초콜릿을 나에게 내밀었다. 뭐지, 칭찬해달라는 건가?
"네, 네. 참 잘했어요."
"말만? 안 받을 거야?"
"응?"
"이거 네건데."
...에?
당황해서 두 눈만 깜박이는데 오소마츠형은 그저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오소마츠형이랑 산 지 벌써 2N년. 장난칠 때의 웃음과 진심일 때의 웃음정도는 구별할 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리 봐도 후자의 경우였다. 아니, 아니, 잠깐만!
"누구 거라고?"
"네거."
"내거?"
"응, 네거."
자. 오소마츠형은 답답했는지 내 손에 초콜릿을 꼭 쥐어주었다. 엉성하게 묶인 리본 끝이 내 손가락을 간질였다.
"무, 무슨...!"
"해피 발렌타인! 좋아해, 쵸로마츠!"
펑! 어디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에, 에에에에?!"
"하하핫! 너무 놀라는 거 아냐, 쵸로마츠?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받았으니까 좀더 기뻐하라고!"
"아니, 그치만...! 것보다 누가 누굴 좋아하다는 거야!"
"네가, 나를. 아니야?"
"아, 닌 건... 아니지만..."
"에헤헤. 이 횽아는 다 알고 있었다구?"
"거짓말!"
"거짓말 아니거든~ 아니면 거짓말이였으면 좋겠어?"
"읏...!"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지도 다 알고 있는 주제에 그런 거 묻지마! 온갖 열과 부끄러움이 머리 끝까지 올라와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자체를 견딜 수가 없어서 초콜릿 상자로 얼굴을 가려버리자 오소마츠형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즐겁습니까? 그야 그렇게죠! 당신은 이 상황이 즐겁겠지! 난 죽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쩐지 분해서 상자를 살짝 내라고 오소마츠형을 노려보니 오소마츠형은 어느 새인가 내가 만든 초콜릿이 담긴 빨간 상자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 정말 섭섭해. 네가 만든 초콜릿말이야 전부 다 똑같잖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줄 초콜릿이 이래도 돼?"
"그, 그거야 진심을 전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아니, 그보다 초콜릿 줄 사람한테 만드는 거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
"그 사람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얄밉다. 얄미워! 그렇게 고개 갸웃거리면서 능글거리게 웃지 말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거 쵸로마츠가 먹여주라!"
"하아?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데?"
"안 그러면 진짜로 다른 녀석들 거란 똑같잖아. 자자, 얼른!"
"읍! 왜 입에다가 넣..."
뒷말은 더 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만들어놓고서 처음 먹어보는 초콜릿의 맛은 지나치게 달고, 뜨거웠다.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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