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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카라쵸로의 날 기념으로 써봤는데 지각했다!!

급하게 막 쓰다보니 내용이 이상합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마무리가 굉장히 허접합니다...

난 대체 뭘 쓰고 싶었던 걸까






아, 어떡해. 잠이 안와.


이리저리 몸을 계속 뒤척여보았지만 괜히 자세만 불편해졌을 뿐 두 눈은 말똥말똥했다. 베개를 껴안아보기도 하고, 양을 세어보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피곤한 몸과 다르게 한 번 잠이 깨버린 뇌는 생생하기만 하다. 억지로 눈을 감고 버텨보려 했만 양 옆에서 들려오는 색색 숨을 내쉬는 소리에 결국 성질이 뻗쳐 일어나고야 말았다.


지금 내가 누구누구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는데 이것들은!


우 오소마츠형, 좌 쥬시마츠. 한 쪽은 자면서 아크로바틱을 하질 않나, 한 쪽은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지르다가 자질 않나... 우리 여섯 명 중에서 잠버릇이 심한 랭킹 1, 2위를 다투는 인간들! 어쩌다가 내가 이런 바보 콤비 사이에서 자게 된 것인지... 덕분에 매일 매일이 잠과의 사투다. 오늘은 완전히 져버렸고.


"아우우..."


"우아아..."


복수삼아서 두 사람의 볼을 쭉쭉 잡아당겼지만 이상한 소리만 낼 뿐 결코 일어나지는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메카니즘인 거야... 바보이면 그만큼 신경도 둔하다는 걸까. 토도마츠의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깨어버리는 나로선 좀 부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둘처럼 바보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불에서 슬며시 몸만 빠져나왔다. 이쯤되니 더이상 자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내일 라이브같은 일정도 없는 데다 난 오늘도 구직 실패한 니트니 하루 밤을 샌다고 해도 지장은 없다. 그냥 낮에 자면 그만.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챙기고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불을 잘 여며주었다. 이렇게 된 거 내 몫까지 자.


"잠이 안오는 건가, My brother."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방 안은 어두웠지만 뒤척이는 사이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는지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키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미안. 깨웠어?"


"미안해하지 말도록, 쵸로마츠. 나는 그저 한 밤 중의 어둠이 날 깨우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진 거다."


"그건 대체 무슨 소리인거냐."


"잠이 안오는 건가?"


"응. 뭐, 그렇지."


"그렇다면 내가 자장가라도─"


"우유나 데워 마실까."


"에."


미닫이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빠르게. 제일 깨우기 싫은 사람을 깨워버렸다.


"여어, 쵸로마츠"


"...안 자고 거기서 뭐해."


"잠시 정적과 고독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우유를 데워 거실로 돌아오자 카라마츠가 코타츠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선글라스까지 떡하니 끼고서. 이런 밤 중에 왜 쓰고 있는 거야.


"하아... 혹시나 싶어 두 잔 들고 온 게 정답이었네. 됐으니까 이거 마시고 얼른 자러 가."


"오, 내 것도 있는 건가! 고맙다."


카라마츠의 파란 머그컵을 내밀자 아까까지 부리던 허세는 어디로 갔는 지 환하게 웃으며 컵을 받아들었다. 고맙다, 쵸로마츠. 카라마츠의 말에 그 어떤 반응도 해주지 않고 맞은 편에 앉았다. 같은 코타츠 안이지만 맞은 편이면 그나마 머니까. 우유를 마시고 있어서인지 우리 둘 사이에는 일언반구조차 오가지 않았다. 그저 정적. 그럼에도 형제라서 그럴까 분위기는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카라마츠는 그렇겠지.

사실 두 잔을 들고 온 건 오답일 지도 모른다. 그냥 바로 자라고 보냈어야 하는데. 뒷일은 생각도 안하고 대책없이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일을 저지르다니. 생각 좀 하고 살자, 마츠노 쵸로마츠. 부질없는 자학을 하며 우유를 홀짝이다가 흘낏 카라마츠를 보았다.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카라마츠의 고개가 살짝 들렸다. 선글라스때문에 나를 보는 게 맞는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왜인지 선글라스보다도 검고 또렷한 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에 있는 나만을 오롯이.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눈을 내리깔았다. 머그컵 안에서 새하얀 우유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역시 두 잔을 들고 온 것은 오답이였다.

나는 분명 정상인인데 심장은 이상하다. 뇌는 여자애들이 귀엽다고 외치는데 심장은 한 사람을 향해서만 뛴다. 마츠노 카라마츠. 동성인데다가 형제, 그것도 내 바로 위의 형을 향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데 날 부르는 목소리, 날 보는 시선, 심지어 나때문에 깼다는 것 자체에도 간단히 심장이 떨리고 만다. 중증이다. 미칠 것 같다. 정말, 돌아버릴 것만 같다고.


"잘 마셨다."


"벌써 다 마셨어? 역시 먹는 거 빠르네."


"훗, 칭찬이로군."


"칭찬 아니거든!"


"그러고보니 우유가 좀 달콤하던데 설탕이라도 넣은 건가?"


"아니, 꿀. 마침 꿀이 보이길래."


"그렇군. 꿀인가. 후훗, 덕분에 이 형에 대한 너의 사랑 달콤하게 잘 마셨다고?"


"..."


이것 봐. 저런 안쓰러운 대사에 또 심장이 뛰잖아. 중증이라니까. 츳코미 걸 타이밍을 놓친 탓에 애꿎은 머그컵만 만지작거렸다. 이런 내가 좀 이상하다 생각할 만도 하건만은 카라마츠의 눈빛은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정말 머리가 텅 비었구나. 옛날부터 기분,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나이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카라마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싶어 기분이 좀 묘해졌다.


"그보다 카라마츠, 다 마셨으면 이제 가서 자."


"형제를 두고 혼자 자러갈 수는 없지. 나도 같이 있겠다."


"그러지 말고 가서 자라니까. 나 오늘 잘 생각없어."


이런 기분으로 잘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잘 생각이 없다라. 혹시 쵸로마츠도 오늘 정적과 고독을 즐기고 싶은 것인가!"



"내가 너냐!!"

"훗,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Brother. 오늘은 확실히 자기 아까운 밤이니까 말이야."


카라마츠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하길래 그를 따라 나도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보인 것은 창. 정확히는 창 너머의 하늘이었다. 밤이라 마냥 새까말 줄 알았더니 검은 물에 파란색 물감을 타놓은 듯 약간 푸른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정중앙에 콕 박혀있는 달. 주변에 조그마한 별 하나 없이 혼자 고고하게, 쓸쓸하게 하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오늘은 하현달이네."


반쪽짜리 달, 그것도 빛을 잃고 점점 사라져가는 하현달. 어쩐지 내 마음과 닮아있는 것 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저 채워질 리가 없는 반쪽짜리 내 마음. 시간이 흐르면 저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듯 내 마음도 사라지는 걸까.그랬으면 좋겠다. 얼른 그 날이 오면 좋겠어. 더이상 괴로워 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게.


"아아, 오늘은 달이 아름답군."


"...응. 달이 아릅답네요."


같은 주어, 같은 서술어. 그렇지만 분명 서로 의미가 다를 테지. 너에겐 내 말의 의미가 닿지 않을 테지만 일단은 이걸로 괜찮아. 말하긴 말하거니까. 어설프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에 머그컵을 갖다 대었다. 꿀이 섞인 우유는 달디 달았다. 속은 쓰린데.


"카라마츠 컵 갖다 놓─"


아?

방금 뭐야.

깜박.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도 눈 앞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깜박.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 뇌가 상황 판단에 들어섰다.

방금 입에 뭔가 말캉한 것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카라마츠가 내 앞에 와있다.

카라마츠가 뭔가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고, 볼이 어쩐지 붉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상황이 생각과 맞물릴 때마다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고, 동공이 커졌다. 손이 떨리는 바람에 들려있던 컵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다시 주울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나는 계속 눈을 깜박이기만 했다. 상황판단은 끝났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마. 잠깐만. 어이. 말도 안돼. 진짜?


"에, 에에에에에?!"


"가, 갑자기 왜 그러는가 쵸로마츠!"


"그게 내가 해야할 대사거든?! 방금 뭐야!! 뭐했어!!"


"뭐했냐니, 키스를 했다만."


"우와아아아아아악!!!!"


말했다! 말했다! 말했다고 이자식!


"진정해라, 쵸로마츠!"


"너같음 진정하겠냐! 아니 너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그렇지만 방금 쵸로마츠가 내 고백을 받아준 거 아니었나? 쵸로마츠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다만."


"고백이라니? 설마 아까 그..."


"역시 원문으로 말해야겠군. I love──"


"아아아! 스톱! 스토옵! 말하지마! 알아! 뭔지 아니까!!"


두 손으로 황급히 카라마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손바닥에 말랑한 감촉이 느껴지자 아까의 일이 고스란히 생각이 나서 바로 떼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폭주하고 있는데도 카라마츠는 여전히 순진무구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지금 본인이 뭘 한 건지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오늘밤 나는 죽을 것이다. 눈 앞에 이 바보때문에 머리든 심장이든 둘 중 하나가 폭발해서 죽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고백했을 때 '나, 죽어도 좋아'로 받는 게 보통이거든?!"


"그렇군. 역시 쵸로마츠는 똑똑하네."


"똑똑하네, 가 아니야! 만약 상대가 몰랐으면 어떡했으려고 그래! 진짜 큰일날 형이네!"


"쵸로마츠는 알고 있잖나."


"그, 렇긴 하지만...!!"


"아, 하지만 '죽어도 좋아'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난 차인 것인가?"


그렇다고 금방 시무룩해지냐?! 아아!! 진짜!!!

나는 카라마츠의 옷을 붙잡고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렸다. 아팠는지 억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난 그저 이 상황을 얼른 끝내버리고 싶었다.


"...나, 죽어도 좋아."


말했다. 말해버렸다. 이걸로 되었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갑자기 손 하나가 머리 위에 떡하니 올라와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지. 이거 완전히 동생 취급이잖아. 그렇지만 손길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기분좋─

─아, 이젠 나도 내가 뭐하는 지 모르겠다.

몸에 힘을 풀고 카라마츠에게 편히 기대었다. 편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카라마츠의 심장 소리가 들리고, 떨어진 머그컵이 보였다. 동그랗고 하얀 컵 바닥이 마치 보름달같아 보였다.


+)후일담

"그런데 그 고백법 어디서 배웠어?"

"톳티가 알려줬다."

"그 새끼..."




2016.02.04

공백 미포함 3647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츠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대의 작가 후타바테이 시메이는 같은 문장을 '나, 죽어도 좋아'라고 번역했고요. 그걸 한 번 써보고 싶어서 해봤는데... 장렬히 망했네요, 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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