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울 2. 눈 3. 벽난로 * 멘션이 아니라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단어 3개를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제목이 애매하여 이전 썼던 해시태그로 제목을 붙였습니다. 육중한 문을 열자 바깥보다도 캄캄한 실내와 매캐한 나무 냄새가 나를 반겼다. 그 작은 틈새를 못 견디고 휘몰아치며 들어오는 눈바람을 밀어내며 나는 천천히 진득한 어둠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참 오랜만이네. 걸을 때마다 본인이 오래된 것을 티 내기라도 하듯 나무 바닥이 삐거덕거리며 울었다. 가볍게 발구름을 하며 신발에 들러붙은 눈을 털어내고선 벽면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아다녔다. 어린아이 손에도 닿을 법한 애매한 위치에 있던 스위치를 누르자 불빛이 두어 번 점멸하더니 온 실내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먼지가 가라앉고 조금 낡은 흔적들도 있지만..
To. 삼족보행 오후 9시. 한참 바라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면 창문에서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느리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면 일언반구도 없이 날아드는 건 새하얀 종이컵 하나. 컵에 연결된 붉은 실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네가 들뜬 표정으로 똑같은 종이컵을 꼬옥 쥐고 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네. 찌그러진 종이컵을 귀에 갖다대면 오늘도 종달새마냥 종알종알 떠드는 네 목소리가 내게 닿는다.집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본 일, 밥만 얻어먹던 고양이가 드믈게 내게 애교를 부렸던 일, 오늘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였던 일 기분 좋게 떠들고 있으면 너는 가끔씩 고개를 끄덕인다. 종이컵을 당겨 실을 팽팽히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까 네 시선은 내게 닿지 않더라도 이 순간이..
For. 라슈 유리병눈(雪)고양이 눈이 내린다. 자유롭게 곡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눈 송이들을 공원 벤치에 기대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땅에 닿아 녹아버리면서도 하나 둘 쌓여가는 것을 보아하니 내일이면 쌓일 것 같았다. 미소를 머금고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골치덩어리라고 하지만 나는 눈이 좋았다. 새하얀 색도, 하늘하늘 내려오는 점도, 닿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 점도, 쌓이면 쌓인대로 놀 수 있다는 점도 모두. 그렇지만 무엇보다 빛을 반사시켜 하얗게 빛나는 점이 예뻐서 좋았다. 어린 나는 그 빛을 간직하고 싶었다. 처음엔 눈을 뭉쳐서 가져가봤지만 눈이 딱딱하게 변하고, 엄마한테 혼나버려서 다른 수를 찾아야했었다. 그래서 나는 조그만 유리병을 챙겨나갔었다. 알..
1. 리암 (자캐)2. 족제비(애완용)→이로치 비조푸3. 창백한 은하수※자캐인 리암이가 포켓몬 의인화 자캐인 탓에 양해를 구하고 2번 키워드를 변경했습니다.※자캐 설정과 러닝한 커뮤를 섞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이 세상은 작은 나에게 있어선 지나칠 정도로 넓었다.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을 높은 곳에서 빛나는 태양, 그 빛을 받으며 푸르름을 내뽐는 나무들, 끝도 한도 없이 흘러내리는 냇물,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여러 포켓몬들까지. 낮은 내 시야로 보아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설레는 풍경이었다. 그 어떤 것 하나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 세상을 좀 더 보고 싶었다. 이 세상을 알고 싶었다. 역무원 아저씨와 나의 작은 소망을 ..
멘션 온 단어 우산양자택일분홍색 매화 "아, 비 온다." 토도독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새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하고, 그 풍경을 담고 있던 창문엔 어느새 물방울로 여러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살짝 창문에 손을 대자 냉기가 손바닥 전체에 머물렀고, 창문에 내 손 모양대로 하얀 김이 서렸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회색빛으로 변한 세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엔 크레이터처럼 물웅덩이가 고이고, 안 그래도 칙칙했던 건물들이 더 어두워져 본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빗소리에 모든 소리가 가려져 내 주변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 언젠가 읽었던 종말 후의 세계에 ..
멘션 1.똥 2.영양가 없는 존재 3.무개념소녀의 눈동자가 느리게 움직였다. 삐끄덕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기질적인 움직임이였다. 소녀의 까맣고 까만 눈동자 속에 한 여학생 무리가 보였다. 입꼬리를 올리며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깔깔깔 소리내며 웃는 여학생들. 소녀는 거기서 시선을 떼지않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뻐근해진 목에서 소리가 났다. 마치 이를 가는 소리같았다. 적어도 소녀에겐 그렇게 들렸다.웃기니?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저런 영양가 없는 존재들에게 무슨 말을 하리. 그제서야 소녀는 느리게 땅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신발 너머로 느껴지는 질퍽한 감촉이 더러웠다. 살짝 오른발을 들어올리니 갈색의 그것이 묻어나왔다. 거기에 코를 찌르는 악취. 소녀..
멘션 꽃 화려한 날개(깃털을 잡았더니 파사삭 사라지는 느낌) 속눈썹(미소녀가 눈 감을 때 반짝거리는 속눈썹) 기차가 흔들린다. 규칙적인 소리를 멍하니 들으며 창에 머리를 박았다. 기차의 흔들림과 소리가 머리를 통해 더욱 생생히 전해져왔다. 창 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은 어느새 무채색의 건물들에서 색색의 자연 풍경으로 바뀌어있었다. 낯선 듯 그립고, 먼 듯 친근한 창 밖 풍경. 느리게 두 눈을 껌벅이며 조심스레 하늘과 산과 강을 눈에 담았다. 고향에 가는 게 얼마만이지. 나는 속으로 햇수를 헤아려보았다. 초등학생 때는 방학 때마다 가다가 중학교부터는 안갔으니까 8년만인가. "오랜만이네." 그리 중얼거리자 입에서 뿜어나온 입김에 차창이 하얗게 변했다. 소매로 대충 닦아내니 온 시야가 노란색 일색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