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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리 카라X찌질이 쵸로

※육둥이 X 타인 O

※연령조작 有

※학교폭력 장면 有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힘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아스팔트에 발이 끌리는 소리가 내 신경을 긁고 구릿한 냄새가 코를 조롱하듯이 간질인다. 푹 젖어버린 옷은 내 몸에 밀착하다 못해 아예 목을 조여오는 것만 같다. 최악. 최악이다. 이제 내 얼굴에 흘러내려오는 물이 화장실 물인지 내 눈물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다. 환한 햇살이 내리쬐는 이 길거리에서 나는 왜 이러고 걷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악물고 울음소리를 삼켜낸다. 그럼에도 주변 이웃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내 등에 꽂힌다. 아파. 아파. 아파. 몸도 마음도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아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기억을 더듬어 그 원인을 찾아보려 해도 소용없다. 이 괴롭힘의 시작은 그저 가만히 앉아있던 나에게 그녀석들이 다가온 것 뿐이니까. 학기 초에 반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던 것 뿐인데 그녀석들은 다짜고짜 다가와 의자를 발로 찼다. 그리고선 한 마디 했다. 「뭐야 이 찌질이는.」 이게 다다. 이게 전부인 것이다. 이유도 뭣도 없는 그런 시작. 그 후 이유없는 괴롭힘이 계속되더니 현재에 이르러선 변기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버렸다.


"하아..."


한숨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길거리에서 울지마. 더 비참해져. 이미 젖은 냄새나는 소매로 얼굴을 북북 문지르고서 억지로 다리를 끌었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서 씻고, 교복 빨고, 그리고─


"안녀엉~"


느릿한 인삿말에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인사를 건낸 사람을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또 한숨이 새어나온다. 혹시나가 역시나. 이번에도 너로구나.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너는 또 바보같이 해맑게 웃는다. 오늘도 코에서는 콧물이 나오고 있고, 오래된 자전거는 그의 파트너처럼 옆에 꼭 붙어있다. 카라마츠. 몇년째 똑같은 모습인 나의 이웃. 그와 같이 있으니 어쩐지 수근거림이 더 커진 것 같아 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럽다. 나도, 카라마츠도.


"...안녕."


대충 인사해주고 지나치자 뭐가 그리 좋은지 헤헤거리며 웃는다. 이를 바득 갈며 집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가방이 내 어깨에서 떨어지고 내 몸도 따라서 떨어진다. 쿵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만 같다. 나, 더러운데. 얼른 씻어야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에 착 들러붙은 옷처럼 바닥에 들러붙어버린 것만 같다. 바닥. 그래, 난 바닥이다. 나도 그처럼 언제까지고 발전없이 이렇게... 내게 있는 것이라곤 몸에서 나는 악취뿐이다. 욕지기와 눈물이 동시에 쳐올라왔다.


"읏."


두 손으로 눈과 입을 막고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부모님 오시기 전에 얼른 씻어야지.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나는 화장실까지 젖은 몸을 끌고 갔다.


뭔가 날아왔다 싶더니 시야가 크게 휘어졌다. 어라? 내 몸에 부딪힌 드럼통이 쓰러지며 내 비명소리를 대신할 정로도 큰 소리를 낸다. 시야가 돌고 머리는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기계처럼 고개를 들었다. 나와 똑같은 교복을 풀어해친 학생 세 명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까지 학교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은 많아도 학교 밖에서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젠 학교 밖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나를 덮쳤다. 아니, 그 이전에 지금 당장의 공포가 우선이었다. 가운데에 있던 남학생이 느릿하게 내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샛노랗게 염색한 머리카락이 눈 앞에서 흔들렸다.


"야, 찌질이."


"흐...흐으..."


"야, 부르잖아. 대답 안해?"


"왜, 왜...?"


"왜애~? 하, 참나. 너희 들었냐? 왜란다."


키득키득거리는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린다. 무서워서 뒤로 물러나자 차디찬 벽이 등에 닿았다. 오른쪽은 막다른 길, 왼쪽은 쓰러진 드럼통. 도망칠 수 없다. 아니, 도망칠 수 있다고 해도 소용없나? 골목 끝, 번화가에선 사람들이 이쪽에 시선 한 번 던지지 않은 채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쩌다 이쪽을 보게 되도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얼른 피해버린다. 나는 뭘 해야하나. 나는 대체 뭘 했어야했을까. 어떻게 했어야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아무리 자문을 구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어쭈? 이새끼 봐라? 너 왜 딴청이냐?"


"아, 아니 난 그냥..."


"말대꾸 하지마. 뭘 잘했다고."


"내가 새 신발 좀 산다고 돈 많이 들고 오라 했잖냐. 엉? 이게 뭐야 이게. 요즘 초딩 용돈도 이것보단 낫겠다."


지폐 몇 장과 동전들이 내 얼굴을 때린다. 떨어지는 동전 모양새가 어제 내 눈물을 연상시킨다.


"그, 그치만... 남은 돈이 이것밖에..."


"씨발! 그러면 어떻게든 구해왔어야지!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이 정확히 내 복부에 내다꽂힌다. 마른 숨이 튀어나간다. 반동으로 목이 뒤로 꺾여 머리가 벽에 부딪힌다. 머리가 웅웅 울린다. 고개를 바로 하려 했을 땐 이미 주먹과 발이 코앞까지 온 참이었다. 안경이 날아갔다. 비명같은 숨들을 토해내며 가는 팔로 머리를 감쌌다. 이런 주제에 살고는 싶다고 하는 짓거리가 스스로도 우스워 보였다. 배, 등, 허리, 다리, 팔. 세 쌍의 주먹과 세 개의 발이 무차별적으로 날아든다. 어제 맞은 몸뚱아리에 또 폭력이 쏟아진다. 고통에 몸부림을 친다. 옆에 있는 드럼통이 덜컹거리며 나 대신 시끄럽게 울부짖는다. 아파. 아파. 미처 입을 다물지 못해 이가 그대로 입술을 찢어내렸다. 비릿한 피맛이 입안에 감돈다. 숨과 함께 피와 침을 뱉어내자 더럽다며 누군가가 내 얼굴을 걷어찬다. 또 벽에 머리가 박힌다. 별안간 시야가 검게 변했다. 삐- 머리 속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아, 이건 위험해.


"말하면 좀 알아처먹으라고 이 찌질이새꺄─악!!!"


"머, 뭐야?!"


"너 이 새끼! 뭐하는 자식──컥!"


뭐지. 갑자기 폭력이 멈추었다. 이명으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목소리는 확실히 들려서 누군가가 녀석들을 때린 것은 알겠다. 영문을 몰라 두 눈을 깜박였다. 돌아온 시야에 보이는 것은 검은 아스팔트뿐이었지만. 혹시 패싸움? 덜컥 다시금 무서워져서 몸을 일으키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고통에 비명을 질러대는 몸뚱아리에 앓는 소리도 삼키고 손톱으로 바닥을 박박 긁었다. 이 이상 맞으면 위험해. 도망가야... 그런데 어디로?


"갠차나?"


"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멍청한 목소리에 나도 멍청한 소리를 내버렸다. 이 목소린...? 설마 환청?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던 와중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 들 힘도 없어 눈동자만 데굴 굴리니 웬 건장한 성인 남성이 내 앞에 서있었다. 역광때문에 얼굴을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 조직폭력배? 힘도 없으면서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남자는 이내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때리려는 건가? 잡아가려는 건가? 죽이려는 건가?! 어느 쪽이든 무서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쵸로마츠, 마니 아파?"


어라, 조직폭력배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조심스레 눈커풀을 들어올렸다. 남자가 앉으면서 역광이 가려졌는지 이젠 또렷하게 얼굴이 보였다. 실눈이었던 눈이 점차 크게 뜨였다.


"카, 카카카, 카라... 카라마츠?!"


"다행이다. 쵸로마츠 내 말 안들리는 줄 아라써."


킁. 카라마츠는 콧물을 삼키고선 해맑게 웃었다. 그러고선 나를 일으켜주기 시작했다. 아파서 앓는 소리를 흘리자 어쩔 줄 몰라하며 더욱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상체를 일으키니 시야가 넓어져 이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있었다. 날 때리던 학생들이 골목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음? 한 사람 더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저기, 카라─"


"이... 찌질이 새끼가... 비겁하게...!"


한 명이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하자 나머지도 차례차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또 때리러 오는 거야? 급한대로 카라마츠 옷자락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어린 애들 숨바꼭질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래도... 카라마츠는 내 등을 몇번 쓸어준다 싶더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세 명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카라마츠가 팔을 들어올리자 대체 뭐때문인지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버렸다. 이해가 안되어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았다가 헛숨을 들이켰다. 카라마츠의 눈이 깊고 고요했다.


"엇, 어어...? 서, 설마 너..."


"응?"


"네가... 날 구해준 거야?"


"응. 헤헤. 뭔가 부끄럽다."


부정의 말 일절 없이 뒤통수를 긁적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난 마냥 입만 뻐끔거렸다.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다른 누구도 아닌 카라마츠가 걔네들을...? 평소 모자란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골목엔 나랑 카라마츠뿐이고, 아까 그 눈빛을 생각하면... 이제보니 체육복 아래로 느껴지는 몸이 꽤 다부졌다. 손도 순 굳은살 투성이다. 그러고보니 공사장 다닌다고 했던가. 정황 상 역시 아까 애들을 쓰러트려준 건 카라마츠가 분명하다. 그렇지만─


"─왜... 날 구해준 거야?"


기껏해야 인사 주고 받는 게 다인 사이인데. 그마저도 내 쪽에서 먼저 한 적도 없고, 나는 널 피하는데. 어째서.


"친구자나."


카라마츠는 너무나 간단하게 답했다. 친구라니. 뭐가 친구인데. 인사 주고 받는 것정도로 친구라고 하지 않는다고. 큰일나면 어쩔려고 겨우 나따위 때문에...


"흐...흐윽..."


생각은 말이 아닌 울음이 되어나와버렸다. 친구라니. 얼마만에 듣는 말인 걸까.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답답했는지 모른다. 원래부터 친구가 적었지만 본격적으로 괴롭힘이 시작하자 말 거는 사람조차 없어졌다. 그 흔한 인삿말조차도. 오직 카라마츠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부끄럽다며 지나쳐버리기나 하고... 누가 누굴 보고 뭐라 생각한 것인지... 카라마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내가 말없이 훌쩍거리며 울고 있으니 카라마츠가 더욱 안절부절 못했다. 두 손을 이리 저리 방황하더니 이내 내 등과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카라마츠 품에 그대로 안겼다. 츄리닝 아래로 탄탄한 가슴팍이 그대로 느껴졌다. 놀라서 숨을 들이키자 섬유유연제와 미약한 땀 냄새, 그리고 카라마츠의 체취가 섞인 오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카, 카라마츠.. 형...?"


"울지마..."


울지마. 쵸로마츠 울지마. 그것밖에 말 못하는 앵무새마냥 카라마츠는 울지말란 말만 반복했다. 고작 그 한 마디에 내 안에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동안 쌓여있는 서러움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눈물을 그저 흘러내려가게 내버려두며 목청껏 울어제꼈다. 내 울음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든든한 등이 다 막아주고 있으니까. 카라마츠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카라마츠의 옷자락을 쥐어뜯으며 울었다. 울지말라고 말해주는 이 사람 품에서 한없이 울고 싶었다.


꿈을 꾸었다. 초등학생인 나와 중학생인 카라마츠가 골목에서 마주보고 서있었다. 카라마츠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전거는 손 때 하나 묻지 않은 새거인지 반짝반짝 윤이 났다. 형아 자전거 샀어? 내 물음에 카라마츠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볼래? 카라마츠의 말에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가 번쩍 들어올려 안장에 앉혀주었지만 초등학생인 내 다리 길이로는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았다. 내가 부루퉁하게 있자 카라마츠는 또 웃으며 나를 뒷자리에 태워주었다. 그러고선 안장에 앉더니 부드럽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나아가고, 풍경들이 지나갔다. 분홍빛 노을빛에 솜사탕같은 구름이 녹아들어간다. 하늘엔 푸르른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유유히 날아간다. 신이 난 나는 꺄꺄 소리를 지른다. 형 최고! 너무 좋아! 카라마츠가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자전거는 계속 계속 앞으로 나아가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눈을 뜨고 정신없는 나날이 지나갔다. 대강 정리해보자면 펑펑 운 나는 결국 울다 지쳐 카라마츠 품 안에서 잠든 모양이었다. 가슴팍이 푹 젖은 채 상처투성이인 나를 안고 들어온 카라마츠를 보고 엄마는 그만 소리를 지르셨다고 한다. 나는 그날 병원에 입원해서 쿨쿨 잤고. 그사이에 카라마츠에게 사정을 들은 엄마는 다음날 아빠와 카라마츠와 함께 학교로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고선 다짜고짜 가해자 학생들을 찾아내 교장실까지 끌고 갔더랜다. 나는 부모님께 그런 행동력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고작 카라마츠의 말만 듣고 찾아간 거라 내심 걱정했다고 하셨는데 그녀석들이 카라마츠의 얼굴만 보고 쫄아 술술 자백한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고 한다. 별 것도 아닌 녀석들이었다며 아빠가 분개했다. 아무튼 두 분덕분에 나는 눈을 뜬지 얼마  되지 않아 하얀 종이에 그동안 당한 괴롭힘의 경과를 써야만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날 괴롭힌 녀석 표현을 빌려 요즘 초등학생도 안할) 새끼 손가락까지 걸어가며 내게 약속을 받아가셨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하기.'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 학교에 돌아갔을 땐 세 녀석 다 정학을 먹은 상태였다. 나중에 보니 한 녀석의 노란 머리는 까맣게 변해있었다. 다 삭발된 상태로.


그리고 나는 음... 그 날 이후 외모에 조금, 아주 조금 관심이 생겼다. 기껏해야 머리랑 복장을 단정하게 하는 것 뿐이지만 말이다. 아, 맞을 때 안경도 덩달아 부러졌기에 안경도 새로 맞추었다. 원래 쓰던 거랑 비슷한 걸로 할까 하다가 기분이 내켜 이번엔 새롭게 뿔테를 골랐다. 예전 거 보다 훨씬 낫다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직원에 말에도 왜인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상처는 많이 나아졌다. 오른쪽 다리는 아직 깁스를 하고 있지만. 맞을 때 잘못 맞았는지 인대가 나갔다고 한다. 목발을 짚을 정도는 아니여서 절뚝거리면서 다니고 있다. 이때문에 생긴 변화가 있다.


"쵸로마츠, 집에 가자."


가방을 고쳐매며 후문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는 카라마츠를 보았다. 부모님께 무슨 말이라도 들은 것인지, 그냥 저가 날 신경써주는 것인지 카라마츠는 그 오래된 자전거에 날 태우고 등하교해주고 있다. 처음엔 괜찮다고 부득부득 우겼지만 그 무식할 정도로 강한 힘에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그냥 날 들어서 앉히고 페달을 밟으면 끝. 모자란 사람과 찌질이의 만담과 같은 모습에 애들이 구경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젠 익숙해졌는지 아무도 신경 안쓰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익숙해진 나는 자전거 앞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얌전히 뒤에 올라탄다. 카라마츠는 내 두 팔을 자신의 허리에 두르게 하곤 부드럽게 페달을 밟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빠르게 뒤로 사라져간다.


"카라마츠."


"웅."


"이제 내일이면 깁스 푸니까 이제 안와도 괜찮아."


중얼거리다시피한 말을 카라마츠는 못들었는지 그저 묵묵히 페달만 밟고 있다.


"저기, 카라마츠. 내일부터는 이렇게 안데려다줘도─"


"─오지마?"


"어?"


"쵸로마츠 나 오는 거 시러?"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보았다. 자전거때문에 앞만 보고 있는 터라 카라마츠의 표정이 보이지가 않았다. 킁 하고 콧물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더욱 세게 카라마츠를 껴앉고 조용히 말했다.


"싫지 않아."


"정말?"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의 웃음소리가 멀거니 들렸다. 나는 카라마츠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카라마츠 냄새. 숨을 들이키고서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오히려 좋아해."


카라마츠를 좋아하니까. 옷에 내 목소리가 스며든다. 카라마츠가 자전거 타고 있어서 다행이다. 앞만 보고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붉어진 얼굴을 붉은 츄리닝에 살짝 비빈다. 아마 부탁만 한다면 카라마츠는 계속 데리러 와줄 것이다. 카라마츠는 착하니까. 예전부터 계속. 그렇지만 그 친절함에 기대 계속 어리광 부릴 순 없으니까. 카라마츠가 내게 힘을 준 만큼 나도 스스로 힘을 내야지. 이따가 다시 한 번 제대로 말하자. 나는 등에서 머리를 뗐다. 이제 곧 집에 도착할 것이다. 끼익- 자전거 바퀴와 아스팔트가 마찰하는 소리가 내 귀를 찌른다.


"고마워, 카라마츠."


몇번이고 말했던 감사인사를 한 번 더 말하고 몸을 돌렸다. 카라마츠는 늘 그랬듯 먼저 내렸다. 카라마츠가 든든하게 자전거를 지탱하는 사이 내가 내리곤 했다. 발을 막 땅에 디딜려고 할 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드니 카라마츠다. 역광때문에 카라마츠의 표정은 보이지 않고, 저절로 눈살이 찌푸러졌다.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점점 고개를 숙인다. 역광에 드리운 그림자가 사그라져가고 카라마츠의 눈동자까지 또렷하게 보일 때 쯤 입술에 뭔가가 닿았다. 놀라서 굳어버린 나에 비해 그 무언가는 너무도 부드럽고 말캉거렸다. 입술부터 시작해 열기가 얼굴에 확 뻗쳤다. 몇 분 같은 몇 초가 지나 카라마츠가 조심스레 떨어졌다. 그의 두 눈동자에 붉어진 내 얼굴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나도 쵸로마츠 좋아해."


눈을 곱게 휘어보이며 헤헤거리며 웃는 게 얼마나 얄궂어 보이던지. 나는 하려던 말도 잊어버린 채 바보같이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카라마츠는 태평하게 나를 번쩍 들어 집에 내려다주었다. 뭐라 할 말을 찾으려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내게 카라마츠는 말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내일 보자, 쵸로마츠."


아니, 저기 잠시만요? 뻗은 손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머리가 상황에 따라가질 못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전개가 되는 건데? 힘이 빠져 문을 따라 그대로 미끄러져 주저 앉았다. 지금이라면 머리를 두드릴 때 텅텅 소리가 날 것만 같다.


"내일..."


또 보는 건가. 홧김에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 스스로 힘을 내다느니 뭐라느니 이젠 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냥... 깁스 핑계 없어도 앞으로도 카라마츠 자전거에 탈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쁘다.




공백 미포함 6,412자



1억년만의 연성....(흐릿) 글 너무 오랜만에 써서 글 쓰는 법 다 까먹은 것 같아요ㅠㅠㅠ 세상에 내가 글을 어떻게 썼더라.

예전에 트위터에서 모지리 카라X찌질이 쵸로 간단하게 썰 푼 걸 단편으로 써보았습니다! 진짜 짧은 썰이었는데 진짜 글 쓸 줄은... 오소쵸로라든가 오소쵸로라든가 오소쵸로라든가 지금 진짜 쓰고 싶은 글 너무 많은데 수능때문에 못쓰고ㅠㅠㅠㅠ 단편만ㅠㅠㅠ 글을 못쓰니까 망상만 계속하는데 그러다보니까 자꾸 늘어나더라고요... 허허... 단편도 겨우 쓰는데 장편 쓸 시간이 있을 리가...

수능 끝나고 면접까지 다 끝나면! 글 더 쓸 거예요!!! 글 쓰고 싶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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