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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자 쵸로마츠는 180도 달라졌다. 후드를 벗고 교복만 단정히 입었으며, 적당히 빗어내리던 머리를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깔끔하게 유지했다. 또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안경을 때때로 쓰기까지 했다. 바뀐 것은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였다. 땡땡이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업 때 졸지 않고 심지어 공부하기도 했다. 바뀐 모습에 다른 형제들은 고교 데뷔냐며 웃어제끼며 쵸로마츠를 놀렸다. 쵸로마츠가 얼마 못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쵸로마츠는 그 확신을 비웃듯이 그러한 생활에 동화되어갔다. 마치 '모범생'이 본래 성격이었던 것처럼. 경악을 금치 못하던 형제들도 몇날 며칠, 몇달동안 계속 이어지는 모습에 익숙해져갔고,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그의 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오직 오소마츠만이 가끔씩 멍하게 쵸로마츠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흘러만 갔다.
*
"흐아~ 추웟!"
팔을 쓸며 오소마츠가 재빨리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타이밍 좋게 종이 울렸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보단 단지 추워서 달려왔던 것인데 보람 없게도 교실 안은 냉랭하기만 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한테서 그렇게 돈을 받아먹어놓고 히터도 안틀어주냐!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은 오소마츠는 자리에 앉아 책상 속을 더듬거렸다. 예전에 교문 앞에서 뿌렸던 핫팩이 여기 어딘가에 구르고 있을 터였다. 손끝에 뭔가가 닿자마자 오소마츠는 망설임없이 그걸 집어꺼냈다.
"응?"
이거, 핫팩은 아니지? 오소마츠는 제 손에 들린 연두색 종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일반 A4보다 두꺼운 종이가 각 접혀 고이 접혀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붙여진 빨간색 하트 스티커 하나. 오소마츠는 눈을 부릅쓰고 요리조리 다시금 살펴봤다. 몇번을 봐도, 어디를 봐도 틀림없었다. 이건─
"러브레터다!!!!"
오소마츠가 일어난 반동으로 의자가 쓰러졌다. 큰 소리가 두 개나 터지자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오소마츠에게 쏠렸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조차 그 순간 오소마츠에겐 즐거운 것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삐죽삐죽 올라간다. 졸업이다 뭐다 각자 자신밖에 모를 고등학교 3학년 겨울 막바지에, 게다가 21세기에 러브레터라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워 죽겠다! 오소마츠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복도로 나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동생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종이 친 직후라 그런지 복도에 아직 남아있는 학생들은 급히 반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쌤 오시기 전에 후딱 자랑하고 와야지! 오소마츠는 긴 복도를 달려나갔다.
"아침부터 복도에서 뛰지마, 망할 장남!"
"악!"
뒷통수를 가격당한 오소마츠는 그대로 미끄러져 복도에 일자로 뻗었다. 동그랗게 올라온 혹을 어루만지며 뒤를 돌아보니 수학책을 떡하니 들고 있는 쵸로마츠가 보였다. 평소라면 수학책으로 때리다니 너무하다며 꿍얼거렸을터인 그가 방긋 웃자 쵸로마츠가 움찔거렸다.
"야야 쵸로마츠! 마침 잘 왔다! 이거 봐, 이거!"
오소마츠는 팔을 쭉 뻗어 러브레터를 쵸로마츠에게 내밀었다. 그래봤자 누워있어서 근처도 못갔지만. 그래도 보이긴 하니 뭐라도 말할 줄 알았건만 쵸로마츠는 아무 말도 없었다. 러브레터에 가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원하는 반응은 커녕 조금의 반응도 없자 오소마츠는 슬쩍 팔을 치웠다. 인상 쓴 얼굴이 보인다 싶을 때 쵸로마츠는 매정하게 돌아섰다.
"선생님 오셔. 그만 들어가."
"뭐어? 야! 쵸로마츠!"
"거기! 교실 안들어가고 뭐해!"
"이크."
복도 끝에서 학생부장 선생님이 서계시는 걸 확인하고 오소마츠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쵸로마츠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섭섭해할 틈도 없이 날아드는 불호령에 오소마츠는 다시 복도 위를 달렸다.
*
오소마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학생부장 선생님껜 잡히진 않았지만 워낙 이름이 알려진 터라 도망쳐도 소용없었던 것이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라 담임 선생님 잔소리로 끝났으나 괜히 쵸로마츠탓인 것 같아 기분이 얹짢았다.
"아니, 아니지. 쵸로마츠도 이 러브레터가 부러워서 아무 말 못했던 거야! 응!"
오소마츠는 혼자 말하고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몇몇 아이들이 흘끔 쳐다보긴 했으나 아까가 더 소란스러웠던지라 이내 신경을 껐다. 무관심 속에서 부루퉁하게 있던 오소마츠의 표정은 러브레터를 보자마자 스르륵 풀렸다. 질투라든가 무관심이라든가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한 이 편지가 있으니! 그러고보니 아직 읽지도 않았단 걸 떠올린 오소마츠는 너무 들떴다며 볼을 몇번 긁적이고서 편지봉투에 손을 댔다. 한 번에 찢어버릴까 했지만 마음이 고마워 그답지 않게 선을 따라 조심조심 뜯어냈다. 거친 구멍에 손을 넣어 각에 맞춰 반듯하게 접히 편지지를 꺼냈다. 기분탓인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헛기침을 몇번하고 조심스레 편지지를 펼쳤다.
「오소마츠군에게
안녕하세요, 오소마츠군. 갑작스런 편지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한 달 후면 졸업이라 지금이 아니면 얘기를 못할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에 입학하고, 오소마츠군과 만난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3학년 겨울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요. 아,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길엇! 그것이 오소마츠가 처음 받은 러브레터의 첫 인상이였다. 심플한 디자인의 편지지 한 장에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있었다. 글이라면 동화책도 마다하는 그지만 그래도 러브레터라고 꾸역꾸역 편지를 읽었다. 단정하고 정갈한 펜글씨와 말투에서 진지하고 신중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만약 말로 한다면 시선을 못맞춘 채 더듬더듬 이야기하겠지. 수줍어하는 여학생을 상상하며 읽으니 글도 그리 지루한지 않았다. 서문이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단 한 마디였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좋아해왔습니다.」
맨 마지막에 적힌 「당신을 좋아합니다.」라는 문구에 오소마츠는 주먹으로 책상을 여러번 내리쳤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이 한 마디를 하려고 그렇게 뱅뱅 돌았던 것인가. 오소마츠의 입꼬리는 볼을 뚫고 나갈듯이 올라가있었다. 그래서? 이 귀여운 편지를 쓴 여자아이는 누구? 오소마츠는 그대로 시선을 내렸다.
"응?"
오소마츠가 두어번 눈을 깜박였다.
"에? 어라?? 어라라???"
벌떡 일어나 편지지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편지봉투를 탈탈 털어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자 오소마츠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앉았다. 없다. 어디에도. 보낸 사람의 이름이. 편지를 쓴 날짜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왜? 왜?? 보통 이름 써놓지 않음?"
오소마츠는 다시 처음부터 편지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핏발 세우고 읽어봐도 이름은 커녕 누구인지 추측할 근거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포기 선언을 하며 오소마츠는 책상 위에 엎어졌다. 편지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
어느 겨울날의 헤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던 편지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오소마츠의 책상 속에 있었다. 똑같은 연두색 편지봉투에, 똑같은 편지지, 똑같은 글씨체로. 오늘 무엇을 했는데 오소마츠의 생각났다던가, 교실에서 당신의 모습을 봤다는 식으로 마치 일기를 쓰는 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스토킹인가 싶어 소름도 끼쳤지만 찬찬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학교 일상모습이었다. 아니, 일상의 탈을 뒤집어쓴 연애편지였다. 최대한 차분하게 쓰려는 노력이 보이긴 했지만 애정이 너무 묻어나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방방 뛰던 오소마츠의 반응이 차츰 잠잠해졌다. 그러나 설레이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이 아이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날 지켜보고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던가라며 편지를 읽을 수록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넘실거렸다. 연못에 떨어진 돌멩이가 처음에만 큰 소리와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도 여파를 남기는 것처럼. 편지는 끊기지 않았고 오소마츠의 가방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르고 졸업식이 다가왔다.
*
오소마츠는 책상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끝의 감각을 곧두세운 채 책상 속을 더듬거렸다. 끝에서 끝까지, 바닥을 샅샅이 살폈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닿은 건 오직 케케묵은 먼지뿐. 오소마츠는 손끝에 달라붙은 먼지덩어리를 바라보다 훅 불었다. 먼지가 허공에서 몇바퀴 돌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미련이 남았는지 그 손으로 책상 위를 쓸었다. 희끗희끗한 낙서 자국밖에 없다. 오소마츠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과 꽃잎이 들어온다. 학생이 떠나간 교실을 채우는 것은 벚꽃잎 속에서 오소마츠는 멍하니 서있었다. 졸업장통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연두색 편지 봉투. 어제 받은 편지다.
「오소마츠군에게
안녕하세요, 오소마츠군. 새삼스럽지만 제가 처음 쓴 편지 기억하나요? 그때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 겨울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고 했던 거요. 그런데 이젠 졸업식이네요. 3년도 빨랐는데 한 달이란 시간도 지독히 빠르군요. 솔직히 실감은 나지 않아요. 내가 이 학교를 떠난다니. 내일도, 모레도 오늘이랑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집에 갈 것만 같아요. 오소마츠군을 보면서요.
그러나 내일이 졸업식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어요. 눈치챘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난 한 달간의 편지는 고백같은 새콤달콤한 것이 아니예요. 그저 제 마음을 털어놓기 위함이었답니다. 반쯤 충동적으로 시작한 편지라서 후회하기도 했었지만 역시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조금 후련해졌달까. 이런 이상한 편지 소중히 대해줘서 고마워요. 궁금할 텐데 찾아오지 않은 것도... 그동안 기뻤어요, 정말로.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예요. 이 편지도, 제 마음도.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좋아한 만큼 정리도 오래 걸려버렸네요. 멋대로 편지 쓰기 시작하고 멋대로 끝내서 미안해요.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요.
좋아해요, 오소마츠. 졸업 축하해요. 그럼 안녕히.」
한 글자, 한 글자 빠짐없이 읽어내리며 오소마츠는 한숨 비스무리한 것을 내쉬었다. 마지막까지 너는 한결같구나. 입안이 씁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실에 왔던 건데 역시나. 마음을 정리하겠다는 사람답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미련이 남는지 오소마츠는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 안녕히」라는 글자가 유독 눌려써져있었다.
"여기서 뭐하냐, 장남."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쵸로마츠가 앞문에 기댄 채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오소마츠것과 똑같은 졸업장통이 들려있었다. 쵸로마츠를 확인한 오소마츠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편지 있을까해서."
"어제 편지가 마지막이라며. 당연히 없겠지."
"그래도 말야. 갑자기 마음 바뀌어서 「역시 당신을 좋아해! 졸업하지 말아줘~ 계속 내 곁에 있어줘~」 할 수도 있잖음?"
"바보냐..."
한심한 표정을 짓는 쵸로마츠를 보고 오소마츠는 키득 웃었다. 편지를 고이 접어 책상 위 졸업장통 옆에 살포시 올려놓고는 느리게 창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휘몰아취고 커텐이 춤을 춘다. 벚꽃잎이 마구잡이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중심에 오소마츠가 섰다. 그만 가자고 해야하는데 쵸로마츠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나 섭섭한 걸까. 쵸로마츠는 조심스레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바람소리에 발자국 소리가 살짝 섞인다. 오소마츠와 대략 다섯 발자국 거리를 놔두고 쵸로마츠는 오소마츠 책상 앞에 멈춰섰다. 편지봉투와 졸업장통 아래로 급히 지운 티가 나는 낙서 흔적이 보였다. 쵸로마츠는 조심스레 자신의 졸업장통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시선을 돌리니 오소마츠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표정으로 서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오늘따라 등이 유독 쓸쓸해보였다. 쵸로마츠는 주춤거리며 말을 꺼냈다.
"왜... 그 편지의 주인을 찾지 않았어?"
"왜 안찾았다고 생각해?"
"...편지만으론 찾기 힘들어서?"
"바보네. 땡이야, 땡! 맘만 먹으면 편지만으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허세는."
"쵸로마츠."
오소마츠가 뒤돌아섰다. 그는 웃고 있었다. 씁쓸함도, 섭섭함도 없이 개운하게.
"다시 한 번 물을게. 왜 '안찾았다'고 생각해?"
"...어?"
그순간 바람이 멎었다. 커텐도 벚꽃잎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내가 지금까지 편지로 알아낸 거 알려줄까? 첫번째, 나보다 일찍 등교한다!"
"그, 그건 편지 안봐도 알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초록색을 좋아한다, 글씨체가 예쁘다, 책받침을 대고 쓰는지 자국이 거의 안나있다."
"네에, 네에. 그렇겠죠."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쵸로마츠는 주먹을 꼭 쥔 채 다급하게 문쪽으로 걸어갔다.
"나랑 같은 3학년이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체육이 들은 것을 보니 4반이다."
문고리에 올린 손이 움찔거렸다. 쵸로마츠는 뒤돌아섰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쵸로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오소마츠는 손가락을 펴가며 말을 이었다.
"앉아서 운동장이 보이는 창가자리다, 책을 좋아한다, 늦게까지 도서관에 있는 걸 보니 도서 위원이다, 그리고─"
"그만해!!!"
쵸로마츠는 얼굴이 한껏 붉어진 채 씩씩거리며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오소마츠는 그 시선을 맞받아치며 싱글싱글 웃었다. 쵸로마츠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정신이 아찔했다. 이미 틀렸음을 알고 있음에도 막아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오소마츠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기어코 마지막 손가락을 폈다.
"마지막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처음과 마지막 편지에만 쓸 만큼 솔직하지 않다."
아아. 쵸로마츠는 무너지고 말았다. 책상을 짚고 주저앉았다. 하필이면 오소마츠의 책상이었는지 졸업장통 두개와 편지봉투 하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동자에 흔들림 하나 없었다. 다 알고 있었다는 저 태도. 쵸로마츠는 말문이 막혀서 말이 아니라 헛숨을 토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치심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그 동안 다 알고서도 일부러..! 솔직히 이건 쵸로마츠의 불찰이다. 오소마츠가 찾을 수 있다는 걸 염려해서 편지를 더 조심히 썼어야만 했다. 하지만 오소마츠도 오소마츠다. 알았다면 지금까지처럼 계속 모르는 척 할 것이지 졸업식 때 이러는 건 대체 뭐냔 말인가! 어이없고, 화도 나고, 부끄럽고, 후회되고, 도망가고 싶고 온갖 감정이 쵸로마츠 안에서 뒤섞이더니 이내 눈물이 되어 흘러넘쳐버렸다. 오소마츠 앞에서만은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을 자꾸 솟구쳐올라서 쵸로마츠는 고개를 떨구었다.
"쵸로마츠."
낮아진 목소리, 볼을 감싸는 손에 쵸로마츠는 고개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가 진지한 표정으로 쵸로마츠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 결국 이런 엔딩인가. 이것만은 피하고 싶어서 그 난리를 쳤던 건데. 이러니 저러니해도 오소마츠는 육둥이의 장남이며 형이다. 아마 좋은 말로 잘 타일러줄 터이다. 자신을 좋아해선 안된다고.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해도,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쵸로마츠는 그것을 오소마츠의 목소리로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틀렸어. 쵸로마츠는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빨리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 오소마츠의 목소리로, 오소마츠의 말로 이 마음을 깔끔하게 도려내주길 바란다.
"네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쵸로마츠."
쵸로마츠가 눈을 떴다.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이게 환청인가 환각인가 둘 다인가. 쵸로마츠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눈앞에 뭔가가 들이밀어졌다. 빨강... 쵸로마츠가 숨을 들이켰다. 빨간 색 편지 봉투다. 너무 놀라서 눈물도 멈추고 딸국질을 하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한 마디 더 못 박았다.
"답장 받아가세용~"
공백 미포함 5,949자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일주일도 안되서 돌아왔다! 예! 역시 수능 끝난 고삼은 한가하네요... 아직 알바도 운전면허 준비도 안해서 그런가..(긁적) 와, 벌써 12월이예요. 뭐했다고 12월이지. 오늘 친구랑 졸업 얼마 안남았단 얘기했는데 얘네는 벌써 졸업식하네요. 기분이 묘하당...
아마 저번 편이랑 이어지는 느낌 별로 없을 거예요;; 사실 이 두 편이 따로 따로 구상되었던 거라;;; 후편에서 열심히 이을 테니 잘 봐주세요;;;
음. 더 할 말이 없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 마지막 달 잘 마무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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