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모브캐릭터 등장 주의






"마츠노~ 어이, 마츠노~"


"우으... 웃기지마 망할 장나암..! 똥코털 태워버린다!"


"야아, 안되겠어. 완전히 뻗었어."


"마츠노 술 잘 마실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약하구나."


"그러게. 이제 얘를 어쩐다..."


상 위에 엎어진 채 또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쵸로마츠를 보고 두 사람은 웃음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냐쨩으로 이어진 세 사람은 오랜만에 열린 냐쨩의 콘서트에서 의지투합했다.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치고, 음악에 맞추어 색색의 야광봉을 흔들었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를 보고 세 사람은 한껏 달아올랐다. 앙코르까지 끝난 후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세 사람은 콘서트장을 쉬이 떠나지 못하고 종알거렸다. 그러다 자연스레 술자리를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 쵸로마츠는 집에 돌아가야한다며 사양했지만 친구 사이에 술 한 번 안해봤다는 얘기와 혹시 술 못하냐는 도발에 쉽게 넘어가버렸다. 한산한 작은 가게에 들어가 콘서트 이야기로 한 잔, 최신 곡으로 한 잔, 곧 나올 브로마이드로 한 잔... 그렇게 술술 마신 결과, 쵸로마츠는 완전히 술에 취해 뻗고 말았다.


"츠카다, 너 마츠노네 어디인지 알아?"


"아니. 거의 냐쨩 얘기밖에 안했잖아. 알 리가 없지."


"하긴... 아, 좀 일어나봐! 마츠노~!"


"음냐..."


마구 흔들어보아도 쵸로마츠는 요지부동이었다.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다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 두 사람은 잔에 남겨진 술을 마저 털어넣었다. 맥주가 시원하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집도 모르고, 두고 갈 수도 없고... 일단 우리집에 데려갈까?"


"그럴래? 내일 차 태워서 보내면 되겠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노우, 우리집에서 2차 어때?"


"오오, 좋아. 편의점에서 안주 사가자."


2차 뛸 생각에 두 사람이 키득거리고 있을 때 진동음이 울렸다. 콘서트때문에 세 사람 다 진동으로 바꿔놓은 터라 둘 다 각자의 폰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러나 잠잠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카노우가 먼저 쵸로마츠의 주머니에 손을 대었다. 휴대폰 모양대로 네모낳게 올라온 주머니가 웅웅 울리고 있었다. 카노우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빼내었다. 액정에 '오소마츠'라는 네 글자가 떠올라있었다.


"역시 마츠노거였네."


"누구 전화야? 여친?"


"그럴 리가 없잖아. 셋 다 솔로인데. 어디보자... 오소마츠.."


"아, 나 알아. 그 사람 아마 장남일 거야. 마츠노 여섯 쌍둥이랬지?"


"새삼스럽지만 다시 들어도 놀랍다. 여섯 쌍둥이... 엇, 끊겼다."


화면이 도로 까맣게 되기 무섭게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발신인은 이번에도 역시 '오소마츠' 남의 핸드폰이라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던 카노우는 쵸로마츠를 보았다. 쵸로마츠는 여전히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만나면 곧잘 떠들곤 했지만 콘서트나 팬미팅이 끝나면 곧장 가버리곤 했다. 섭섭해서 붙잡으면 쵸로마츠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늘 똑같은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형제들이 기다려.

형제들 욕은 욕대로 하면서 형제들때문에 휙 가버리니 카노우와 츠카다는 여간 섭섭한 게 아니었다. 그저 브라콤인가 하고 넘겨왔었다. 그런 녀석의 형제, 그것도 장남으로부터의 전화. 그 사이 전화가 또 다시 끊겼다가 다시 한 번 울렸다. 이쯤되니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었다. 카노우가 슬쩍 츠카다를 보니 츠카다도 얼른 받아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노우는 골아떨어져서 듣지도 못할 쵸로마츠에게 폰 빌린다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액정을 그었다.


"쵸로마츠!!! 너 어디야!!!!!"


갑자기 떨어진 노성에 카노우는 화들짝 놀라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 옆에 있던 츠카다도 놀라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츠카다는 잠시 벙쩌있다가 침착하게 입을 떼었다.


"여보세요?"


"아?"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니, 가라앉았다.


"너, 누구야."


아까와 180도 다르게 싸늘해진 목소리에 카노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전화기너머로 살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카노우는 오소마츠가 자신의 형제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라 오해해서 그런 것일 거라고 애써 자신을 다 잡았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마츠노군 친구─"


"야아, 그쪽도 마츠노야."


"아, 맞다. 쵸로마츠군 친구 카노우라고 합니다."


침착하게 말하고 일단 말을 끊었다. 계속 들어볼 셈인지 저쪽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같이 술을 좀 마시다보니 늦어지게 되었네요 죄송─"


"술?"


옆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굵고 저음에 남자다운 목소리. 혼자가 아닌 거야? 카노우의 굳은 표정을 보고 츠카다가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래? 저쪽 많이 화나있어?"


"그래도 단 둘은 아닌가보네."


또 다른 목소리. 이번엔 비교적 얇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허나 싸늘하다는 것은 다른 두 목소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카노우는 어리둥절해하는 츠카다를 흘낏 보고 스피커폰으로 바꾸었다.


"저..."


"됐고. 어디야."


"네?"


"어디냐고. 쵸로마츠 녀석 술 먹고 뻗어있는 거 맞지? 데리러갈테니까."


"아, 네. 여기는─"


더듬더듬 주소를 다 말하고 난 후에야 전화는 끊겼다. 카노우는 통화종료를 보다 저도 모르게 참은 숨을 내쉬었다. 전화의 주인인 오소마츠의 목소리도, 그 근처에서 간간히 들리는 다른 형제들 목소리도 하나같이 얼음장같았다. 츠카다가 카노우의 굽은 등을 두어번 두드려주었다.


"수고했어. 그건 그렇고 마츠노군 형제들 이렇게 무서운 사람들이었어?"


"그러게... 마츠노군 분명 그냥 다 글러먹은 녀석들이라고 했었는데..."


"오는 데 얼마나 걸리려나?"


"마츠노군 집 여기서 멀다고 했으니까 오래 걸릴─"


"세이프─!!!!!"


와장창 유리깨지는 소리에 두 사람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유리조각을 툴툴 털어내는 노란 후드의 청년이 문 앞에 서있었다. 그 청년이 숙였던 고개를 든 순간 카노우와 츠카다는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이 완전히 똑같았다. 자신들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쵸로마츠와.


"쵸로마츠형 여기 있슴까?"


"여, 여기..."


"앗! 쵸로마츠형 발견!"


"옳지. 쥬시마츠 잘했어."


쥬시마츠라 불린 청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붉은 후드의 청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 웃고 있는데 약간 휘어진 검은 두 눈동자에서 왠지 모를 위압감이 뿜어져나왔다. 분위기와 목소리에 카노우는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장남, 오소마츠란 걸. 뒤이어 다른 형제들도 줄줄이 들어왔다. 파란색 후드를 입은 청년, 보라색 후드를 입은 청년, 분홍색 후드를 입은 청년까지. 총 5명. 얼굴이 똑같은 사람 5명이 나란히 서있으니 장관이었다. 저들의 형제가 바로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다 생각하니 왠지 거짓말같았다.


"여어, 우리 삼남 찾으러 왔어."


전화 때와 다르게 가볍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오소마츠가 말했다. 그러나 말 뒤에 가시가 박혀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카노우와 츠카다는 둔감하지 않았다. 형제들이 서서히 다가오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살짝 쵸로마츠에게서 떨어졌다. 카노우는 잠깐 쵸로마츠를 보았다. 네가 말한 형제들이 정말 저 사람들이야?


"쵸로쨩~ 형아가 왔어요."


"우으으..."


"이런, 완전히 골아떨어진 모양이군."


"쵸로마츠형 술 약하니까."


"술은 좋아하는데!"


"정말 쵸로마츠형은 어쩔 수 없네~"


쵸로마츠에게 다가가자 확 풀어진 태도에 두 사람은 눈을 껌벅였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사람들은 여지없는 '평범하게 사이좋은 형제' 그 자체였다. 아까 그 분위기는 무엇이었던 걸까 싶을 때 보라색 후드를 입은 청년, 이치마츠가 두 사람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웃었다. 음침하게. 두 사람이 움찔 떠는 사이 이치마츠는 입을 뻐끔거렸다.


'안됐네.'


그거 무슨 의미야. 미처 헤아리기도 전에 이치마츠는 언제그랬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있지, 그만 돌아가자."


"그래! 돌아가자, 니트들아!"


"쵸로마츠는 내가 엎도록 하지."


"나! 나! 나나! 내가 엎을래!"


"쥬시마츠 등에 유리조각 남아있을 지도 모르니까 안된다."


"에엑!"


마치 아까 그것이 거짓말이였다는 듯이 또다시 펼쳐진 상황에 두 사람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없다는 듯이, 이곳엔 오로지 자기들끼리만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소름끼쳤다.


"자, 여기."


"에? 내 폰?! 어, 언제..."


어느 틈에 다가온 것인지 분홍색 후드의 청년, 토도마츠가 카노우 뒤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엔 라인이 켜져있었고 '토도마츠'라는 처음보는 프로필이 올라와있었다.


"방금 잠깐. 내 라인 저장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줘."


애교있는 청유형의 말투. 허나 내용은 명백한 명령조의 말이었다. 그저 굳어있으니 토도마츠가 팔 아프다며 보챘다. 카노우는 무력하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받아쥘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뭐해, 토도마츠. 우리 먼저 간다?"


"앗, 기다려. 같이가!"


어느새 가게를 빠져나간 다른 형제들 뒤를 따라 토도마츠가 달려나갔다.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했다. 다들 나간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는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처음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위압감이 풍겨져나왔다.


"오늘 우리 쵸로마츠가 실례를 끼쳐서 미안~"


"아, 아뇨! 저희야말로..."


"다음에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네."


그치? 오소마츠는 삐뚜름하게 웃었다.


"오소마츠."


"아아, 알겠어. 알겠다고, 카라마츠. 지금 가."


오소마츠까지 가게 밖으로 나가고, 그를 부른 카라마츠도 잠시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뒤돌아 멀어져갔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쵸로마츠는 일어나지 않았다. 금세 조용해진 가게 안에서 카노우와 츠카다는 한참동안이나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태풍이 왔다 간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머리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 얼음같은 분위기를 깨고 츠카다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그에 카노우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뭐였어...?"


"글쎄..."


"...마츠노군 괜찮을까?"


"그야 괜찮겠지. 그래도 형제인데."


"형제니까 문제지."


"어?"


"형제인데 그런..."


카노우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핸드폰을 통해 들은 목소리, 아까의 눈빛과 분위기, 그리고 자신의 라인에 남아있는 '토도마츠'란 이른 넉자가 자꾸 좋지 않은 생각으로 이끌었다. 쵸로마츠는 알고 있을까. 카노우는 떠오른 질문에 NO라고 대답했다. 알 리가 없다. 그 둔감한 쵸로마츠가 알 리가 없다. 알고 있다면 형제 얘기를 할 때 툴툴거리기는 해도 그렇게 형제애가 묻어나올 리가 없다. 그들의 삐뚤어진 애정을 알고 있다면.


"형제인데 그런, 뭐?"


"아, 아니, 그냥 좀..."


이런 건 모르는 게 낫다. 카노우는 열심히 혀 위에 멤도는 단어를 고르고 또 골랐다. 그리고 딱 한 마디를 겨우 내뱉었다.


"마츠노군은... 마츠노 쵸로마츠는 너무 과보호받는다 싶어서."





공백제외 4,096자



쵸로른 론리전[우리집 삼남은 오른손잡이]에 회지랍시고 썼던 글입니다. 론리전이라고, 나 혼자라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전날에 후다닥 써서ㅋㅋㅋㅋ퀄리티가 낮네요ㅋㅋㅋㅋ큐ㅠㅠㅠㅠ

저는 그냥 쵸로마츠를 삐뚤어지게 사랑하는 형제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쵸로마츠, 우연히 알게 되버린 모브를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근데 다쓰고 나니 모브한테 미안해지네요. 카노우, 츠카다 미안. 특히 카노우 미안.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