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오소마츠상

[카라←이치]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라나애 2016. 7. 6. 19:50

※주의※

트위터에서 썼던 글

이치마츠의 일방적인 짝사랑

찝찝한 엔딩 주의

개인적인 캐 해석 있습니다

의식의 흐르으으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면 분명 초등학생이냐고 놀림을 받을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 접한 어린 아이들은 이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좋아하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좋아하는 아이를 괴롭히곤 하니까 말이다.

허나 난 어른이다.

동정이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낯선 것도 아니고, 애초에 괴롭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좋아해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좋아해서 한 행동이라고 해도 당사자가 싫어한다면 그건 애정표현도 뭣도 아니다. 그냥 괴롭히는 것뿐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힌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힌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해주었으면 한다.

이 마음이 부서질 수 있도록.

이것은 내가 나의 짝사랑을 부수는 노력을 담은 글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그래, 우선은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부터 쓰도록 하자.

우선 나. 마츠노가 사남 마츠노 이치마츠. 죽은 생선 눈을 하고 있는 니트.고양이를 좋아한다. 자칭 타지않는 쓰레기. 정말 어찌할 수도 없는 쓰레기 자식되시겠다. 더이상 설명할 것이 없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은 마츠노가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 중2병 그대로 커버린 탓에 행동, 말투, 패션 그 모든 것이 안쓰러운 사람.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지경이다. 자기애가 심각할 정도로 강한 싸이코패스지만 의외로 정과 눈물이 많다.

여기까지 썼으니 내가 왜 짝사랑을 부수려하는 지 ,왜 나 자신을 쓰레기라 칭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남자를, 그것도 쌍둥이형을 사랑하고 있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어떻게 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형제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좋아하게 된 이유? 그딴 거 알고 있을 리가. 오히려 내가 알고 싶다.남자도 형제도 다 떠나서 앞서 말했다시피 이래저래 아프기만 한 인간인데. 솔직히 그녀석을 좋아하는 나도 그 패션 센스는 눈 뜨고 못봐주겠다. 말하는 것도 다 오글거리고.

다만 그녀석이 폼잡고 있으면 조금은 멋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그녀석이 노래하면 계속 듣고 싶어지고, 그녀석이 나를 보고 웃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같이 있지 않으면 보고 싶어지는 것 뿐이다.

...젠장, 여고생이냐고.

아, 이런. 잡소리가 너무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난 현재, 아니 꽤 예전부터 카라마츠를 괴롭히고 있다. 그녀석에게 미움받기 위해서. 미움받아서 이 용납될 수 없는 '사랑'을 부셔버리기 위해.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그녀석을 꽤 깊게 사랑하고 있으니 한 마디로도 이 마음은 쉽게 부서질 터다. 내가 싫다던가, 기분 나쁘다던가 그 어떤 말이든 상관없다. 오히려 아예 경멸해줬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두 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굳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 간단하다. 그녀석과 내가 형제니까.더 쉽게 말하자면 그녀석과 내가 함께 살고 있으니까다. 좋아하는 마음을 접으려면 잠시 떨어져있거나 조금이라도 거리를 둬야 접든 말든 할 텐데 육쌍둥이다보니 그런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잘 때까지 함께. 물론 낮에는 각자 움직이니 떨어져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고양이와 놀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도 내딴에는 그녀석과 거리를 두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고양이는 귀엽고, 같이 놀면 즐겁다. 그때는 잠시지만 그녀석을 잊을 수 있다. 허나 문제는 집에 돌아오면 그녀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고양이보다도 이녀석이 더 귀엽다고 생각해버리는 빌어먹을 내 뇌다.

아, 진짜. 성인 남자 맞냐고. 왜 그렇게 귀엽게 웃고 있는 건데. 이제 왔냐는 목소리는 왜 또 좋은 건데, 젠장. 그걸 보고 귀엽다 생각하는 나도 나다. 설탕이나 토하고 죽어버려라 나새끼.

결국 나는 나 스스로 마음을 접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1mm라도 있기는 커녕 죄에 가까운 이 사랑을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거였다. '카라마츠가 내 사랑을 부수게 하자.'

해볼 만한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형이랑 호칭을 떼고 쿠소마츠라 불렀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해도 무시도 하거나 욕으로 되돌려줬다. 멱살을 잡는 것은 물론 때린 적도 부지기수.  이렇게나 노력을 했건만 성과는 없다.

진짜, 정말, 조금도 없다. 쵸로마츠형이라면 진작에 화를 내고도 넘칠 만큼 남을 텐데 카라마츠 그 녀석은 어찌된 일인지 큰 소리 한 번 낸 적이 없다. 오히려 저번 술자리에서 날 믿는다고 말하길래 홧김에 멱살을 잡아버렸다.

그딴 말 하지마! 믿어? 믿는다고? 내가 같은 얼굴의 쌍둥이형인 너를 연모하고 욕정을 품고 있다는 거 알지도 못하면서! 설레이게 하지마! 기대하게 하지마! 그냥 화내라고!욕해!때려!그 입으로 이런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란 말이야!!!

...

그래, 이녀석은 이런 녀석이다. 아무리 밀어내고 밀어내도 이녀석은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머리가 텅 빈 바보녀석이지만 그렇기에 뭐든 순수하게 받아들여준다. 힘들 땐 위로해주고 기쁠 땐 본인이 더 기뻐해주며 자신보다도 타인을 더 위해준다.

어쩌면 난 이런 점때문에 카라마츠를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이런 점이 내 목을 더 조여온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이 맘을 포기하기 위해 일부러 괴롭히는 건데 그러면 그럴 수록 더 카라마츠에게 빠져들게 되버린다. 그 미소에 또 설레이고 말아.

내 마음을 접기 위해 카라마츠를 괴롭힌다.바보 카라마츠는 웃으면서 날 용서한다. 그 모습에 나는 더욱 너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곧 그건 어디까지나 '형제'이기 때문이란 걸 알고 절망한다. 마음을 부수기 위해 또 괴롭힌다. 악순환이다.

고백? 그런 거 꿈도 못꾼다. 그럴 용기도 없을 뿐더러 결과가 뻔하다. 거절?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녀석은 '나도 (형제로서)좋아한다'라고 답하던가 나를 위해 최대한 상처받지 않을 말로 거절할 것이다.

그리고서 본인이 스스로를 상처입히겠지. 나를 배려한답시고 거리를 둘 지도 모른다. 그 배려가 오히려 날 미치게 만들 거라는 것도 모르는 채. 그건 나나 그녀석 둘 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더이상 '형제'라는 것에 기대지도 못하게 돼버린다. 그건 싫다. 내가 계속 괴롭힌 끝에 나를 싫어한다 말해도 결국은 카라마츠니까 시간이 지나면 형처럼 대해줄 것이라는 안다. 그러니까 딱 한 마디로 내 맘이 한 번 부서지기만 하면 돼. 

...뭐, 어쩌라는 거지. 도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 나는. 그 녀석이 나를 형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싫으면서 막상 '형제'라는 관계에 기대려고 하다니. 하. 역시 타지 않는 쓰레기답다.

...솔직히 이젠 나도 내가 뭐하는 건지 모르게 되버렸다.지친다.카라마츠를 괴롭히는 것도, 설레이다가 절망하는 것도. 전부 다. 왜 이렇게 되버린 걸까. 왜. 나는 왜 카라마츠를 사랑하게 되버린 걸까. 그것만 아니였으면 다 괜찮았을텐데

나도 너한테 좋은 동생이 되고 싶었어.

아아, 신이시여. 있다면 대답해주소서. 어찌하여 용서받지 못할 사랑을 품게 하시고서 이 마음을 부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하시는 겁니까. 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이 사랑을 부수는 것도 못하게 하시겠다면 차라리, 차라리──


─죽게 해주세요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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