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쵸로/오소쵸로카라]고목생화
※미스테리au
※천호 오소마츠X꽃꽃이사 미도리토 쵸로스케X기자 아오구 카라츠구
※유혈 및 살인 소재가 있습니다.
덥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훅 끼치는 열기에 시사카 하지메는 표정을 확 구겼다. 나무 그늘로 피신한 그의 얼굴에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이 비추었다. 산이 있어 사방엔 나무가 가득하고, 그만큼 매미소리가 넘쳐난다. 이 푸르른 곳과 어울리지 않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버스는 떠나갔다. 공백이 가득한 버스 시간표를 들어다본 하지메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하루밤에 끝날 거라고 기대도 안 했어. 가방을 고쳐매고선 그는 쭉 주변을 살펴보았다. 내린 곳이 살짝 언덕께라서 아카츠카 마을이 어느 정도 내려다보았다. 이렇다 할 큰 건물없이 자그마한 주택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평화롭고 안락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아버지가 실종되었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니 분위기에 맞지 않게 입맛이 썼다. 원래부터 민담, 설화를 조사하시던 분이라 이런 외진 곳까지 가신 적은 많지만 설마하니 그 사람 좋은 아버지가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딜 가든 꼬박꼬박 오던 아버지의 연락이 뚝 끊긴 것이 그토록 시릴 줄은 하지메는 미처 몰랐었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다다른 이곳. 딱 보기에도 아버지의 독특한 취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과연 여기에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웨이트다, 하지메! 아직 사진을 다 못 찍었다!"
"네 놈 영정사진이나 찍어, 이 썩을 놈아!!!"
들고 왔던 두꺼운 사전이 정확히 선글라스 가운데에 꽂혔다. 보통이라면 큰 부상을 입었을 타격에도 아오구 카라츠구는 맞은 부위를 쓰다듬고는 새 선글라스를 꺼낼 뿐이었다. 쯧, 맷집 하나는 좋아선. 혀를 차고서 하지메는 던졌던 사전을 도로 주워들었다.
"그냥 죽을 것이지."
"으음?"
코피를 흘리며 무사태평한 카라츠구를 두고 하지메는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카메라를 집어넣은 카라츠구가 뒤늦게 그 뒤를 따랐다. 관광이라도 온 것처럼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하지메는 들으라는듯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잃고 싶지 않은 인연은 끊기고, 끊겼으면 한 인연은 이어졌다. 중학교 때 취재라니 뭐니 시끄럽게 굴길래 아버지께 들은 괴담 몇 개를 흘렸더니 그 기사가 반응이 좋았던 것인지 그때부터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런 괴담에 눈을 빛내는 건 중학생들밖에 없다고 말을 해도 변함이 없다. 이번 일도 아버지의 실종을 쫓는다고 쫓아오지 말라고 했건만 어디서 알아낸 건지 또 따라왔다. 기자의 정보수집력을 이딴 데 쓰지 말라고. 도움이 되었던 일은 기억 안 나는 것인지 이를 으득 갈며 하지메는 신경질적으로 걸었다. 새까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뜨거워서 열이 더 오르는 것도 같았다.
"그런 사람 몰라요."
뭐라 더 말하기 전에 미닫이 문이 매몰차게 닫혔다. 근처에서 셔터를 누르던 카라츠구가 담벼락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또 거절 당했나?"
"시끄러."
"취재의 기본은 끈기다, 하지메! 포기하지 말고 게속해서─"
"시끄럽다고!"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하지메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버지의 행방을 쫓으면서 거절 당한 적은 많다. 그렇지만 이토록 가시를 세우고 있는 곳은 처음이다.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전박대 당한 것이 이걸로 벌써 10번째. 여름인데도 마을 전체에 찬기가 감도는 것만 같다. 아무리 낯선 이라도 보통은 일단 예의를 차리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적대심으로 가득찬 시선과 마주치고 있으면 온 몸이 짜릿짜릿...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하지메는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떨치려 애썼다. 어쨌든 기분 나쁜 마을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곳까지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그의 아버지는 꽤나 악취미적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쫓는 나도 악취미지만..."
"논논~ 그렇지 않다, 하지메!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다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기사말고 차라리 소설을 써라. 열사병으로 확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너도 참 솔직하지 못하군!"
"처음 보는 분들이시군요."
핑퐁처럼 주고 받던 대화에 이질적인 말이 끼어들었다. 하지메와 카라츠구는 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었다. 원체 사람이 적은 마을이기도 했지만 고운 미성에 어울리는 미인이 그곳에 서있었기에. 두 사람을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살피는 시선은 마치 뱀이 온 몸을 휘감는 것과 같았다. 기분이 나빠도 그 고고한 자태에 그 어떤 항의도 할 수 없었다. 등골이 서늘해져 하지메는 꿀꺽 마른 침을 삼키었다. 쎄한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으나 이제야 겨우 대화를 해줄만한 이를 만났다. 놓칠 수는 없지. 기분을 다잡고 하지메는 한 발짝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왔습니다. 혹시 이 사람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하지메는 그에게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낡은 수첩을 들고 씩 웃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 2년 전 사진이지만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을 꺼려하는 아버지 사진 중 그나마 최근 것이기도 했다. 사진을 보던 남자는 문득 사진과 하지메를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뭐지? 떠보려는 건가? 아버지, 이곳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식은 땀이 목을 타고 흐르려던 찰나 시선이 마주쳤다. 새까만 눈동자는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아버지이신가요?"
"네? 아, 네. 저희 아버지십니다."
"많이 닮으셨네요."
남자는 짧게 말하고 사진을 돌려주었다. 어리둥절해하는 하지메와 카라츠구를 두고 등을 돌린 남자는 우아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게 다야?
하지메, 칭찬인가보다.
그럴 리가 없잖냐, 멍청아.
무언으로 그런 메세지를 주고 받던 둘을 남자가 고개만 돌려 바라보았다. 옆에서 바라본 턱선은 유독 더 날카로워 보였다.
"이런 데에서 얘기하기도 뭐하니 따라오시죠."
갑작스러운 말에 하지메와 카라츠구는 또 눈빛을 주고 받았다. 수상했지만 별다른 단서도 찾지 못 했기에 그 뒤를 따르는 것 외에는 수가 없었다. 둘은 녹빛 기모노로 감춰진 꼿꼿한 등을 보며 조용히 뒤를 따랐다. 대화 하나 없이 이어지는 걸음걸음을 자갈돌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채워주었다.
하지메와 카라츠구는 둘이 똑같은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둘의 앞에는 역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일본식 저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높은 건물 하나 없는 마을이라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대부분의 주택은 양식이나 혼합식 주택이었다. 그러나 마을 위쪽에 자리한 이 저택은 홀로 시대에서 벗어나 그 풍채와 위용을 뿜고 있다. 미도리토 가라는 문패를 달고서. 그런 저택 앞에서도 쵸로스케 혼자 익숙하게 문을 밀었다. 나무로 된 문은 의외로 큰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문 너머 이어지는 돌길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미도리토는 가볍게 말했다.
"들어오시죠."
조금 빠른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하지메와 카라츠구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토록 넓은데도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눈에 닿는 곳마다 거미줄 하나 없이 전통적인 풍모를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은 착각에 둘 다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그것이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 한 까닭은 이 집의 분위기때문이었다. 조용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적막했다. 이 넓은 집 안에 세 사람을 제외하면 사람 그림자는 커녕 벌레 한 마리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앞에 가는 쵸로스케만 없었다면 이곳을 인공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 세트장으로 알았을 거다. 그만큼 사람 사는 곳 같지가 않았다.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느낌에 하지메는 작게 몸을 떨었다. 아카츠카 마을에서 느낀 감각을 이곳에 응축시켜놓은 것만 같았다.
드르륵 장지문이 열리는 소리에 하지메는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문을 연 쵸로스케는 둘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고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방 안쪽 다다미를 밟은 두 사람은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감탄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진하게 풍겨오던 꽃 냄새, 그 존재를 증명하듯이 각종 꽃꽂이들이 방 안에 즐비했다. 서로 다른 꽃들은 서로 모여 신비로운 조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마치 작은 전시관같은 이곳은 지금까지 걸어온 복도를 생각하면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카라츠구가 손님이라는 것도 잊고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자 쵸로스케가 카메라 렌즈 앞을 손으로 막으며 저지했다. 얇은 눈썹이 한 번 꿈틀거린 것을 하지메는 똑똑히 보았다. 하지메가 카라츠구의 팔을 잡아끌어도 그의 눈은 여전히 주위를 둘러보느라 바빴다. 쵸로스케가 헛기침으로 집중을 환기하고 나서야 카라츠구는 그를 보았다. 붉은 방석 위에 단정하게 앉아있는 그는 그린 것처럼 이 방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본래는 손님방에 모셔야 맞겠지만 손님방은 그다지 청소해놓질 않아 부득이하게 제 작업실로 모셨습니다. 양해해주시길."
"괜찮습니다."
"이런 멋진 곳은 처음이다! 오히려 기쁠 정도라고? 미도리토는 꽃꽂이사인가?"
예의에 벗어나는 반말과 큰 목소리, 그러나 순수한 칭찬에 쵸로스케는 미묘하게 얼굴을 구겼다. 옆에서 안절부절 못 해하는 하지메를 두고 카라츠구는 홀로 들떠 눈을 빛냈다.
"네. 저희 미도리토가는 몇백년 간 꽃꽂이를 해온 가문입니다."
여전히 냉랭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눈빛에는 자부심이 언뜻 엿보였다. 처음으로 드러난 쵸로스케의 기분에 카라츠구는 신기하다는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군! 무척이나 뷰티풀한 꽃꽂이라고 생각했─닥!"
조용한 방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쿵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다다미와 이마 키스를 한 카라츠구는 제 머리를 지긋이 누르는 손을 붙잡았다. 하지메, 손톱 세우지 마라! 네 손톱은 아프단 말이다! 바락바락거리다 겨우 고개를 든 카라츠구의 이마에는 다다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질린다는 표정으로 카라츠구를 노려보던 하지메는 쵸로스케에게 반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런 바보 녀석이라 죄송합니다. 그보다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요."
"그렇네요. 아까 사진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라면 3개월 전쯤에 저희 마을에 오셨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이 분 맞으신지요."
언제 찾아둔 것인지 쵸로스케는 소매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살짝 꽃향기가 베인 명함에 새겨진 글자는 분명히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하지메의 목소리가 그 자신도 모르게 한 톤 높아졌다.
"네, 맞습니다."
"역시... 3개월 전에 자신은 역사학자라며 저희 마을의 신화를 알고 싶다고 찾아왔었습니다."
"신화, 말입니까?"
"네. 전국의 신화들을 모으고 있다고."
쵸로스케의 말에 하지메는 입을 떡 벌렸다. 평소보다 많은 짐을 짊어지고 이번엔 오래 걸릴 거라던 아버지가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으레 그렇듯이 먼 마을 몇 군데 돌고 오겠거니 싶었지만 전국이라니.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컸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더니 그냥 돈 다 쓰고 핸드폰 부숴져서 연락 안 하는 거 아냐? 긴 수염 늘어뜨린 채 나뭇가지 하나 짚고 걸어다니는 아버지를 상상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것도 큰일이라면 큰일이지만 사망까지 생각했던 하지메에게 있어선 영 기운이 빠지는 것이었다. 잊을 만하면 집 돌아오겠지. 하지메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린 기분이다.
"이곳의 신화는 어떤 신화인가?"
돌연 날아온 새로운 화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카라츠구에게 향했다. 이마에 다다미 자국은 그대로 두고 수첩을 꺼내든 그 모습은 진지해서 더욱 웃겨보였다. 그러나 둘 중 아무도 웃지 않은 채 눈빛을 교환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한 셈이다. 하지메는 그 외 할 것도 없었고, 쵸로스케 역시 방금 온 손님을 바로 내보낼 수도 없었다. 소매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건..."
"실례합니다용."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듯 장지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새하얀 버선이 연녹빛 다다미 위로 올라왔다. 검붉은 기모노를 따라 시선을 올리니 3개의 찻잔 위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있었다. 여름날에 뜨거운 차?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머리에 각종 꽃을 꽂은 여인이 큰 입으로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사용인인가 싶을 때 쵸로스케가 다급하게 일어났다.
"다요코! 뭘 이런 걸 가져왔어."
"오라버니, 손님들 오신 것 같길래 가져왔다용."
오라버니?! 무례하다는 것도 있고 하지메와 카라츠구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남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닮지 않았다. 카라츠구 머리 속에서 삼류 드라마가 그려지려는 찰나 쵸로스케가 웃었다.
"착하기도 하지."
딱딱하고 냉랭했던 얼굴과 분위기가 한 순간에 누그러졌다. 따스하게 제 동생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은 햇살처럼 따스했다. 아까 하지메와 카라츠구 앞에 앉아있던 사람과 동일인물인지 헷갈릴 만큼. 다만 다요코 머리의 꽃장식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딱 오빠의 모습이었다. 생화를 쓴 것이 특이하다 싶더니 본인의 작품인가. 어렸을 때부터 각종 괴담, 민담을 접한 하지메에게 이렇게 온화하고 달달한 분위기는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메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라츠구가 양뺨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 채 눈을 빛내고 있었다. 하지메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고등학교 1학년 봄, 대학교 입학한 지 한 달 뒤... 그리고...
"프리티한 걸에게 차 대접을 받다니 영광이다! 잘 마시도록 하지!"
아이고두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하지메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평소보다 더 안타까워진 어조, 틀림없다. 카라츠구는 사랑에 빠졌다.
다요코가 작게 웃자 쵸로스케의 분위기는 아까처럼, 아니 아까보다 더 싸늘하고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며 헛기침을 한 그는 다요코에게 쟁반을 받아들고 어서 방으로 돌아가보라고 재촉했다. 다요코가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쵸로스케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쟁반을 내려놓았다. 차는 아슬아슬하게 넘쳐 흐르지 않았다.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이, 이 마을의 신화에 대해서..."
"아, 그랬었죠."
우와아... 대놓고 딱딱해진 말투에 하지메는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보다야 나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성가셨다. 거기다 문제의 원인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눈치도 못 채는 것 같고... 그저 해맑게 펜을 놀릴 준비만 하는 카라츠구를 보고 하지메는 한숨을 삼켰다.
"오시는 길에 보셨으니 알겠지만 이곳은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입니다. 그래서 외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일도 적었죠. 저희 마을은 그 이유를 여우신의 보호덕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우신...?"
하지메의 중얼거림에 쵸로스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는듯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붉은 거베라가 인상적인 꽃꽂이가 놓여져있었다.
"자신의 사람에겐 상냥하고 적에게는 가차없는 여우신, 오소마츠. 그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고 하죠. 저희 미도리토가는 그런 여우신께 꽃을 바치는 것을 시작으로 꽃꽂이 명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품들이 한결같이 훌륭한 것이로군."
"마을 사람들이 우리들, 즉 외부인에게 차가웠던 것도 그 때문인 겁니까?"
"그런 것이죠. 여우신은 외부인을 싫어한다고들 하니까요."
"그런 신화를 진짜로 믿다니."
하지메가 중얼거리자 쵸로스케는 조소를 흘렸다. 그 미소 속에는 자조적인 의미도 담겨있는듯 했다.
"아무리 신화라도 불길한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사람 심리상 믿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건 무슨 의미─"
"─신화가 더 궁금하시다면 오우가미 가문에게 가보시죠. 오우가미가는 대대로 그 여우신의 신사가 있는 산을 관리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이신 시사카씨도 제 이야기를 듣고 그쪽으로 가셨으니 도움이 되겠지요."
더 말해줄 것이 없다는듯이 말을 딱 잘라버리니 하지메는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쵸로스케는 약도와 간단한 편지, 그리고 의미불명의 종이봉투를 쥐어주고선 두 사람을 쫓아내다시피하며 내보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굳게 닫힌 나무문을 보며 하지메와 카라츠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그런 것 같네.
어깨를 으쓱이곤 둘은 미리 잡아놓은 숙소로 향했다. 붉게 물든 노을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굿모닝이다, 쵸로스케씨!"
"..."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노크소리, 그리고 문 밖에 있는 건 노크 소리만큼이나 요란스러운 남자였다. 여름 해에 정신없이 반짝거리는 바지를 보며 쵸로스케는 인상을 팍 구겼다. 문답무용으로 문을 닫으려하자 바지만큼이나 반짝거리는 신발이 문틈으로 끼어들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카라마츠는 검은 선글라스를 벗어던졌다. 부담스러운 눈빛에 쵸로스케는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다.
"...시사카씨에 관한 건 어제 말씀드린 게 다입니다만."
"논논, 오늘의 난 하지메의 친구가 아닌 한 명의 기자로서 미도리토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온 것이다!"
"미도리토가를...?"
"외지 마을에 숨은 꽃꽂이 명가에 대한 기사를 써보고 싶어서 말이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쵸로스케에게 카라츠구가 품에서 명함을 꺼내 건내었다. 외모와 다르게 평범한 명함엔 아오구 카라츠구라는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있었다. 얇은 명함 한 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가리는 데에는 불충분했지만 문을 열게 하는 데엔 충분했던 모양이다. 카라츠구는 사람 한 사람만큼 열린 문을 보며 활짝 웃었다. 카라츠구가 다시금 나무문 너머로 넘어간 순간 구름이 태양을 가려버렸다.
하룻밤이 지났어도 쵸로스케가는 고요했다. 먼지 한 톨까지 변함 없어 보일 정도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어제 왔음에도 사방을 둘러보던 카라츠구는 쵸로스케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둥근 뒷통수부터 좁은 어깨, 꼿꼿한 허리까지 이어지는 몸선이 묘하게 야했다. 빈틈없어 보이는 만큼 파고 들고 싶은 매력이 있다. 그리고 파고 드는 게 기자의 일이지. 카라츠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언뜻 보이는 푸른 눈동자엔 욕망이 서려있었다.
"집에 혼자 있는 건가? 동생분은?"
"일이 있어서 나갔습니다."
그럼 나와 쵸로스케 둘... 카라츠구는 마른 침을 삼키며 단추 두어개를 풀었다. 겨우 트인 숨통에 숨을 길게 들이쉬자 꽃향기가 그를 덮쳤다. 어제 왔던 작업실에는 거베라가 있던 꽃꽂이가 사라진 대신 재료로 쓸 것인지 파란 수국이 다듬어지다 만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작업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갑자기 오신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강압적인 말투엔 작업을 방해하지 말란 의미도 담겨있었다. 카라츠구가 방석을 가져다 앉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하얀 손가락은 파란 가위를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그때 조용한 방 안에 셔터소리가 크게 울렸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쵸로스케를 보며 카라츠구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기사에 실어야하니 사진 몇 장 좀 찍겠다."
나에게 신경 써줘.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에 쵸로스케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개의치않고 연사하는 카라츠구를 노려보던 쵸로스케는 결국 가위와 수국을 내려놓았다. 그 반동으로 꽃잎 몇장이 나폴거리며 떨어졌다.
"우선 이야기부터 하죠."
"좋지."
카라츠구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방 안에 있는 꽃잎 수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쵸로스케와 꽃꽂이에서 시작된 화제는 자연스럽게 미도리토가로 옮겨져갔다. 현재 남은 미도리토가는 쵸로스케와 다요코 둘뿐이라는 것, 미도리토가 선대 당주는 몇 년 전 돌연사하여 쵸로스케가 젊은 나이에 당주에 오른 것, 명확한 사인(死因)은 모르지만 내부인에 의한 독살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는 것, 그래서 사용인을 줄였다는 것... 무심코 말해버린 것이었는지 쵸로스케는 입을 막고 가문 이야기는 기사에 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에 카라츠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말을 잇는 중간중간 쵸로스케는 넌지시 자신의 꽃꽂이가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었다. 은근히도 아니고 대놓고. 타오르는 눈동자에 카라츠구는 몸을 떨었다. 파고 들면 들 수록 더 궁금해졌다. 금방 차가운 철가면을 쓰는 저 사람의 더 안쪽 깊은 곳을 탐하고 싶었다.
"다요코에게는 늘 미안합니다. 이런 좁은 마을에서 저와 둘만... 말은 하지 않아도 힘들겠죠. 다요코는 부디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가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곧 행복한 웨딩을 올릴 수 있을 거다!"
"...이제 다 들으셨죠? 그만 돌아가주세요."
"앗! 잠깐만 기다려라, 쵸로스케! 마지막으로 작업하는 사진을 찍게 해달라!"
"아까 찍은 사진이 있지 않습니까."
"쵸로스케는 이런 사진이 실려도 괜찮은가?"
카라츠구가 보여준 사진에는 한결같이 목석처럼 굳은 쵸로스케가 찍혀있었다. 스스로 보기에도 엉망인 모습에 쵸로스케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미도리토가의 당주로서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쵸로스케는 제 이마를 짚다가 중얼거렸다.
"사진 찍고 나면 돌아가셔야 합니다."
"물론! 최고의 사진을 찍어보이지!"
카메라를 정비하는 카라츠구를 두고 쵸로스케는 능숙하게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비장함마저 감도는 분위기에 카라츠구는 숨을 삼켰다. 작업실에 있는 자신이 방해물로 느껴질 정도였다. 정갈하게 준비된 작업실은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어떤 신호도 없이 시작된 그의 꽃꽂이는 무녀의 춤처럼 자연스러웠고 수려하며 신비로웠다. 카라츠구는 셔터도 누르지 못 할 정도로 그 모습에 매료당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의 아름다운 한 순간, 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죄를 짓는 것마냥 짜릿했다. 꽃을 잡고 꽂는 가는 손가락, 살짝 내리깐 눈동자, 기품있는 몸놀림에 슬쩍슬쩍 엿보이는 하얀 속살까지. 심장이 다 저릿거린다. 저 사람이 내 것이었다면. 카라츠구는 야욕을 그대로 담은 앵글을 바라보며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어두운 길을 걸으며 카라츠구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손에 들린 파란 수국을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났다. 마지막에 자신을 배웅해주며 잘 부탁한다고 꽃을 내미는 쵸로스케란! 가짜 미소라는 게 티나는 점까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쵸로스케를 떠올리며 카라츠구는 수국에 입을 맞추었다. 기사라는 큰 명분은 이미 써버렸다. 그럼 다음에는 어쩐다. 즐거운 고민을 하며 오른쪽으로 꺾었을 때 갑자기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왔다. 온 몸이 얼어붙어 제자리에 서있자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캄캄했다. 어둠 그 자체였다. 미도리토가 워낙 안쪽에 있긴 했지만 밤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쳤다. 쎄한 느낌에 팔을 문지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걸으면 걸을 수록 심연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공포감을 애써 밀어내며 수국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푸른 빛깔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입가가 풀리려던 찰나 붉은 빛이 카라츠구를 감쌌다.
"그게 그렇게 좋아?"
놀라 뒤를 돌아보니 붉은 기모노를 입은 사내가 서있었다. 아니, 떠있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여우귀를 쫑긋거리면서. 처음 보는데도 그가 누구인지는 쉬이 알 수 있었다. 여우신 오소마츠.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 이름을 그대로 입에 담자 오소마츠는 샐쭉 웃었다. 곧이어 윤이 흐르는 금빛 꼬리가 카라츠구를 옥죄어왔다. 도망치려해도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살기에 손이 떨렸다.
"아아~ 이래서 싫다니까~ 내 쵸로쨩에게 벌레가 꼬이잖아."
"이게 무슨..."
"쵸로쨩이 부탁했어. 네가 다요코와 친하게 지내려는 것 같으니 네가 어떤 놈인지 알아보라고."
바보같지? 네가 반한 건 쵸로스케인데. 속삭이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기에 눌려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카라츠구를 보며 오소마츠는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기이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이내 그 소리마저 뚝 끊기고 어둠만이 자리한 그곳에 은빛 날붙이가 서늘하게 빛났다. 바짠 날이 선 칼을 본 카라츠구는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말은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비명으로 변해버렸다. 오소마츠는 생글생글 웃으며 혀로 칼을 쓸어올렸다.
"이런 걸로 죽여야 인간들끼리 한 살인인 줄 알겠지? 나도 참 생각이 깊다니까."
"왜지?! 왜 날 죽이려 하는 거지? 이것도 쵸로스케가 부탁한 건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뭣─"
말을 끝을 맺지 못하고 시린 칼날에 의해 잘려나갔다. 오소마츠가 우아하게 꼬리를 펼치자 멈춰버린 카라츠구의 몸이 쓰러지고 그의 체중과 속도로 칼이 배를 더욱 쑤시고 들어갔다. 붉디 붉은 선혈이 튀어오르더니 오소마츠의 기모노 속으로 사라졌다. 기침인지 신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저주인지 모를 소리가 카라츠구의 입에서 줄줄 새어나왔다. 계속해서 해답을 찾아 헤매이는 눈동자에 오소마츠는 재미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쵸로쨩이 기사는 내야한다며 죽이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난 싫다구~ 어떻게 해서 손에 넣은 쵸로쨩인데 일파만파 알려지는 건 싫단 말이야. 이방인들이 오는 족족 내 쵸로쨩을 넘보는 것도 짜증나는데."
"쵸로, 스케...는... 알고... 있나...?"
"뭐? 내가 사람 죽이는 거?"
"...."
"죽이는 건 알지~ 다만 그 이유가 자기자신인 걸 모를뿐. 다요코에게 접근하려는 나쁜 녀석이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으니까 말이야. 멍청한 아이는 사랑스럽지?"
시야가 점점 검게 변해간다. 모든 감각이 차례차례 꺼지는 와중에도 청각만이 남아 가증스러운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카라츠구에게 전했다.
"아, 그러고보니까 기자는 진실을 파헤치는 직업이라지? 웃겨. 그런 널 위해 내가 특별히 하나 알려줄게."
죽어가는 와중에도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활달하다. 오소마츠는 죽어가는 카라 앞에 쪼그려 앉아 턱을 괴고 구경했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미도리토가 전 당주. 죽인 거 나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소마츠는 한 번도 칼로 카라츠구를 내리 찍었다.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한 카라츠구는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모든 움직임을 정지했다. 완전히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한 오소마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가로등 불빛이 차갑게 식어가는 카라츠구를 비추었다. 밤하늘에 뜬 보름달은 여름날에 맞지 않게 시리고 푸르렀다.
"왔어?"
뒤돌아 보지도 않고 묵묵히 말하는 쵸로스케의 등을 오소마츠가 힘껏 끌어안았다. 꽃향기를 덮을 정도로 강렬한 피 냄새에 쵸로스케는 얼굴을 구기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죽이진 말랬잖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쓰레기 자식이었는 걸 어떡해~"
죽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치고는 둘 다 말투가 가벼웠다. 쵸로스케를 껴안고 잔뜩 애교를 부리던 오소마츠는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다요코에게 접근한 나쁜 녀석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게 우리 계약 내용이었잖?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죽여도 된다고 한 건 쵸로쨩이구."
"그래도 기사는 내고 싶었어."
"그런 녀석이 쓴 가십기사에 미도리토가가 유명해질리가 없잖아~ 오히려 기사가 안 난 게 더 다행일걸?"
"...뭐,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우리의 또 하나의 계약 내용 잊지 않았지?"
쓰레기를 치울 때마다 쵸로쨩이 내 소원 하나씩 들어주기~ 오소마츠는 씩 웃으며 꼬리로 기모노 안쪽을 파고 들었다. 살짝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하얀 살결을 문지르기도 하고, 아예 벗길 셈으로 오비끈을 손으로 붙들기도 하였다. 점점 아래쪽을 탐하러 오는 꼬리에도 쵸로스케는 익숙한지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지금?"
"응, 지금."
속삭이며 귀를 핥아올리는 오소에 쵸로는 나른하게 숨을 뱉었다. 두 말 할 것도 없다는 쵸로스케를 눕힌 오소마츠는 그 위에 올라탔다. 끈질긴 움직임에 쵸로스케는 달뜬 신음을 토했다. 쵸로스케가 오소마츠의 목에 팔을 감자 열어놓았던 방문이 스르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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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습니다 미스테리au~~~~ 원래 한 au로 후속편 제외한 두 가지 연성은 잘 안 하는데 미스테리au로 두 가지 쓰네요. 이미 이거 쓰고 있을 때 미스테리au 수위 리퀘 받은 거라... 허허... 그 글 후기 읽으신 분들은 기억하시려나요. 「차가운 도련님 안녕~ 기회가 있다면 다른 글로 봐요(?)」 이거 이번 글 떡밥이었습니다.(빠밤!)
이전 낙화유수에서는 쵸로스케가 되게 상냥하고 수려한 도련님으로 그려졌는데 사실 제 안의 쵸로스케는 이 글에서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모든 수를 동원하는? 그것이 오히려 자신을 옥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맹점도 가지고 있죠. 그리고 하지메의 아버지는... 왜 죽었을까요?(?) 네, 맥거핀입니다. 안 밝힐 겁니다. 저도 모릅니다(?) 그건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길게요~ ㅇㅅ<-☆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