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쵸로]수조
"아쿠아리움?"
"응! 아쿠아리움! 이벤트로 할인권 받았다고!"
"무료 입장도 아니고 할인권? 돈이 어디있다고."
"아, 거참 비싸게 구네."
쵸로마츠는 기가 찬다는듯이 콧방귀를 끼었다. 눈 앞에 대놓고 아쿠아리움 할인권을 흔들어도 쵸로마츠는 구인 잡지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떼를 써봐도 쵸로마츠는 미동이 없다. 하는 수 없지. 나는 잠시 할인권을 내려놓고 뒤에서 쵸로마츠를 껴안았다. 두 팔에 감겨있는 허리가 더 얇아진 것 같다.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려도 쵸로마츠는 여전히 미동이 없다. 그건 즉, 싫은 것도 아니란 거잖아? 솔직하지 못한 게 성가시면서도 귀엽다. 장난스레 귀에 입김을 불고 농밀하게 속삭였다.
"우리 데이트 안 한 지 오래되었잖아?"
"그야 누구씨가 맨날 경마장, 파칭코로 돈을 날려먹으니까 그렇지!"
"헤에~ 쵸로마츠도 실은 데이트 가고 싶었구나?"
"아, 아니 난..."
그래서 갈 거야, 안 갈거야. 재촉하듯이 묻자 쵸로마츠는 한숨을 쉬며 구인 잡지를 덮었다.
"가면 되잖아, 가면."
툴툴거리고 있어도 볼이 붉다. 응응. 내 쵸로마츠, 너무 쉬워서 형아 걱정. 나는 미소를 감추지 않고 붉은 뺨에 입을 맞추었다.
"오소마츠형, 빨리 와봐! 여기 수달이 있어!"
가기 싫어하던 쵸로마츠를 찾습니다. 쵸로마츠는 어제와는 다르게 환하게 갠 얼굴로 유리창에 바짝 달라붙었다. 원래부터 얼굴에 뭐든 드러나는 쵸로마츠지만 오늘은 감출 생각도 없는 게 상당히 하이텐션이다. 사방에 꽃이 날아다니는 착각까지 일 정도니 말 다 했지. 이래선 단체로 놀러온 유치원생과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인다. 내 쪽을 돌아본 쵸로마츠는 유치원생 옆에서 헤실 웃으며 수달들을 가리켰다.
"수달들 옹기종기 모여서 자고 있어. 귀여워~"
네가 더 귀여워...! 저 표정이 사라질까봐 차마 말로 꺼내지는 못 하고 쉴 틈 없이 쿵쿵 울리는 심장을 붙잡았다. 내 기분도 모를 정도로 들떴는지 쵸로마츠는 내 손을 붙잡았다.
"정말 뭐하는 거야. 너무 느리잖아, 오소마츠형."
"응응, 미안~"
나 또한 기분을 감출 생각없이 헤사하게 웃었다. 조금 붉어진 쵸로마츠를 보며 가는 손가락 사이에 내 손가락을 끼워넣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덕인지 쵸로마츠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아, 정말 오길 잘했다.
"바보 같은 표정 짓고 있기는..."
"그야 즐거운걸!"
아, 지루해. 발을 질질 끌며 적당히 쵸로마츠의 뒤를 따랐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보이는 건 수조, 요상하게 생긴 해산물들뿐. 아, 민물에 사는 것도 있다고 했나? 뭐, 어때 물에 사는 건 똑같잖아. 처음에는 좀 신기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물 속을 왔다갔다 하는 걸 계속 보다보니 질린다. 경마처럼 돈이 걸린 것도 아니고 왜 이런 거에 돈을 쓰는 거야.
"오소마츠형! 빨리 와!"
그리고 쵸로마츠는 왜 아직도 들떠있는 거야. 쵸로마츠의 저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드니까 돈 쓴 보람은... 있나...? 아니, 그 돈으로 러브호텔 가서 떡치는 쪽이 더...
"와..."
코너를 꺾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푸르다. 우리 형제의 키를 다 합쳐야 겨우 닿을 것처럼 천장이 솟아있고, 그보다 더 넓은 너비까지 모두 푸른 물로 가득 차있었다. 위압감까지 느낄 것 같은 거대한 수조엔 이름 모를 물고기와 가오리가 제각기 뒤섞이고 헤어지며 헤엄치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하다. 평화로운 것과는 뭔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잔잔하고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소마츠형."
그리고 그 중심에 네가 있다. 바다보다도 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수조빛에 그림자가 져서 잘은 보이지 않아도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기엔 충분했다. 왜 토도마츠가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눈이 부신 순간들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는 이런 순간에도 그저 한순간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아서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너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구름을 밟는 것처럼 묘하게 현실성이 없다. 가까이에서 널 바라보고, 네 뺨에 손을 올리니 그제서야 현실인 게 느껴진다. 쵸로마츠는 살며시 웃으며 내 손에 제 손을 겹쳐왔다. 푸른 빛이 네 얼굴을 덮쳐서 왜인지 금방이라도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쵸로마츠, 좋아해."
"뭐야, 뜬금없이."
네 눈가가 가늘게 휘어진다. 웃음소리가 손을 타고 절절히 느껴진다. 가끔, 때때로, 이따금씩 정말 너와 내가 사귀고 있는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또다시 라이징이라도 해서 날 떠나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올 때도 있다. 사라지지 마, 쵸로마츠. 어느 동화의 왕자처럼 난 착각하지도 않아. 네가 원하는 사랑도 듬뿍 줄게. 그러니 내가 만든 이 수조 안에서 계속 있어줘. 볼에 키스를 남기는 것처럼 쵸로마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럽다는듯이 웃는 네 모습에 심장이 간질거린다.
"나도 좋아해, 오소마츠형."
어쩌면 수조에 있는 건 나일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조용한 푸른 빛 안에 있었다.
공백 미포함 1,878자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아쿠아리움 가서 아쿠아리움 데이트하는 오쵸가 보고 싶어서 쓴 짧글입니다! 아쿠아리움 재미있었어요~ 오소쵸로 만쥬 데리고 가서 사진도 찍고~ 근데 조명빛에 그림자 져서 예쁘게 나온 게 그닥 없는...흑흑...
됐고 오소쵸로 데이트 잔뜩 해라~!~!!~!